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주연 Oct 02. 2021

운수 좋은 날

오늘은 연휴이 첫날이고, 나는 늦게 일어나서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번역을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남편 전화로 전화가 왔고, 남편이 급히 밖에 나갔다 왔다. 


잠시 후에 돌아온 남편이 말했다. 

''여보, 우리 건물 사람이 우리 차를 긁었대.'' 

''아니, 누가?'' 

''왜,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집 있잖아.'' 

''아... . 그래서? 상태는 어떤데?'' 

''앞 범퍼가 좀 긁혔어.'' 

''이런... 아니 어쩌다가? 우리 차가 어떻게 주차돼있었길래?'' 

''평소에 주차하던 데 말고 다른 데 주차했는데.'' 

''내가 보고 올게.'' 


차 상태를 보고 온 내가 집에 와서 말했다. 

''아니, 우리가 주차장 밖으로 튀어나오게 댄 것도 아니고, 음... 운전을 잘 못하나 보네. 면허가 없는 내가 봐도 이해가 안 가네.'' 

''그런 것 같아.'' 


대화를 나눈 후에 나는 다시 번역을 계속 하고, 남편은 청소를 했다. 점심으로 어묵탕을 끓여 먹고, 나는 다시 번역을 하고 남편이 마트에 다녀오자고 해서 옷을 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딸도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딸은 기어이 집에 있고 싶다고 해서 딸은 두고 둘만 마트에 가려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설마 하루에 두 번이나 사고가 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 이 차 새 거네! 차 내부도 우리 차보다 넓고 좋다! 내비게이션도 좋고!'' 

''그러게, 이참에 새 차도 타보고 좋네!'' 


우리는 보험회사에서 렌트해준 차를 타고 조금 신이 나있었다. 그렇게 마트를 향해 조심스럽게 가고 있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가 심하게 뒤로 젖혀졌다.


''어, 뭐지?'' 


내가 남편에게 질문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뒤에 어떤 차가 우리 차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아니, 원래부터 붙어있던 차였나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남편이 말했다. 

''사고 났나 봐.'' 


그리곤 뒤차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남편도 내렸다. 남편은 허리가 아프다고 했고, 나는 뒷목이 아팠다. 이때 나는 사람들이 왜 차 사고가 나면 뒷목을 잡고 내리는지 알겠다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고는 보험 처리를 할 것이고, 나와 남편은 다음 날 즈음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살짝 머리가 부딪힌 것 정도인데 머리가 아프고 저녁밥을 먹는 동안도 머릿속이 흔들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편했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난 사고였고, 우리 과실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웠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흔히들 말하는 일진이 더 사나웠으면 우리가 사고를 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러시아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다른 유학생이 운전하고 있던 차에 탔는데 핸들이 돌아가서 도로 위에서 한참을 돌던 때 생각이 났다.  겨울이어서 노면이 미끄러웠지만, 다행히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어서 우리는 천만다행으로 사고를 면했다.   핸들이 말을 안 들어서 차가 몇 번 도는 동안 죽음이나 사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있었고, 나는 이렇게 먼 러시아 땅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게다가 친하지도 않은 한국인 남학생과 같은 차를 타고 죽었다면 유학생들 사이에서 어떤 소문이 났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운수좋은날 #교통사고 #하루에두번 

  

작가의 이전글 요리와 실험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