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있었던 접촉 사고로 인해 남편과 나는 병원에 검사 겸 치료를 받으러 갔고, 아래는 진료실에서 CT 촬영 결과를 보는 의사 선생님과 나눈 대화이다.
''사고 이후에 어디가 불편하시죠?''
''머리가 좀 아팠어요. 지금은 잘 모르겠고요. 혹시 나중에 두통 같은 게 생기지는 않겠죠?''
''머리는 찢어질 정도로 다치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어요. 보통은 목이나 어깨 통증이 생기죠. 지금 CT 촬영 결과를 보니까 목이나 어깨가 안 좋을 것 같네요.''
''네.''
''주사 맞으시고, 물리치료받고 가세요.''
조금은 냉정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확신에 찬 진단 결과를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조금 세게 부딪히긴 했으니 당분간은 물리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편과 나는 병원을 나왔다. 그 길로 우리는 수산 시장에 가서 활 새우를 사러 갔다.
새우 철이기도 하고, 새우 회는 나도 남편도 먹어본 기억이 없는 데다 교통사고도 있고 해서 몸보신도 할 겸 살아있는 새우 1kg을 사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우리는 새우 회 손질은 남편이 하기로 미리 얘기를 해뒀던 터라 남편은 살아서 호시탐탐 탈출할 틈만 노리는 새우를 잡아서 손질을 했는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3마리를 손질하면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린 남편은 새우 30마리는 깐 사람처럼 보였고, 결국 나머지 새우는 구이를 해 먹기로 했다.
나는 새우가 커서 그런지 새우 회보다는 새우 구이가 훨씬 맛있었다. 새우 몸통 부분을 실컷 먹은 후에 남편이 머리는 따로 모아서 튀겨먹자고 했다. 물론 튀김은 내가 해야 했다.
잠시 후에 새우튀김을 내놓은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새우 대가리 튀김은 어때? ''
''와, 진짜 맛있어! 살이 머리 끝까지 차있는걸! 엄청 바삭바삭하고, 간도 적당해! 당신도 먹어봐!''
''음, 살이 차 있다는 건 참 다행이긴 한데... 난 새우 머리에 있는 더듬이나 코 부분 등이 너무 뾰족해서 싫어. 그리고, 새우 머리는 꼭 커다랗고 커다란 곤충의 머리 같단 말이야.''
''맛이나 한 번 봐.''
''아무리 새우 머리가 맛있어도 그 맛이 새우 맛을 능가하진 않잖아. 새우 머리에서 대게 다리살 맛이 나거나 한우 구이 맛이 난다면 몰라도.''
''뭐? 어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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