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반지
남편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말한다.
''여보, 주식 팔아서 반지 사주라.''
''또? 지난번에 샀잖아.''
''왜, 아까운가?''
''아니 그 뜻이 아니고.''
''어차피 레이어드링이라... 여보, 그런데 나 어렸을 때 별명이 뭐였는지 알아요?''
''뭔데?''
''삼용이.''
''삼용이? 왜 삼용인데?''
''중학교 다닐 때니까 아주 어렸을 때는 아니긴 한데... 내가 엄마한테 머리 커트 좀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걸쳐서 말씀드렸는데, 엄마가 바쁘셨는지 형편이 어려웠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차일피일 미루시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내가 하루는 날을 잡아서 화장실에서 면도칼에 비누 거품을 묻혀서 뒤통수 쪽을 밀었지. 저녁때 엄마가 오셔서 내 뒤통수를 보시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고.''
''왜?''
''뒤통수에 땜빵이 몇 개 생겼거든.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뭐가?''
''엄마가 그 후로는 내가 뭘 해달라고 하면 웬만하면 바로 해주셨던 것 같아.''
''아니 그게 반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상관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 반지 역시 당신이 안 사주면 내가 백화점 가서 비싸게 살 수도 있고.''
''그거 협박이야?''
''아니, 협박은 무슨. 남편한테 무슨 협박을 해. 그냥 참고하라고. 참고. 욕구를 누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백화점 가서 확 지르는 수가 있으니까 미리 말해두는 거야. 그때 가서 너무 놀라지 말라고. ''
''알았어, 이번엔 뭘 사고 싶은데?''
''아직 못 골랐어. 어떤 옷에 맞춰 낄지, 어떤 반지랑 레이어드 할지, 핑크 골드 도금이 된 걸로 살지, 어떤 디자인으로 할지 등 고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 말이야.''
''알았어. 뭐든 결정되면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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