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처럼 무심한 듯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을 즈음 남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여보, 얘 예쁘지? 우리 회사 옥상에 놀러 온 녀석이야.
남편은 사마귀 사진을 찍어서 나한테 보내면서 녀석이 무척 마음에 드는지 귀엽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곤충의 이동 방법 (걸어가거나, 뛰어가거나, 굴러가거나, 날아다니거나)과는 상관없이 곤충이 싫었다. 게다가 사마귀는 생김새가 영 착해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남편이 평소에 이런저런 사진을 보내왔기 때문에 이번 사마귀 사진도 그냥 흘려 넘겼다.
그런데 잠시 후에 또 하나의 카톡 메시지가 왔고,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남편이 보낸 메시지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여보, 나 얘 입양했어.
내가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남편은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인상도 험악한 사마귀를 입양했다면서 커피를 마신 플라스틱 컵에 담아서 집에 가지고 오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내 의사를 물어보기 위한 '의문문'을 건너뛰고 남편은 '평서문'으로 내게 입양을 통보했다. 아무리 작은 곤충이라지만 내 의사 정도는 물어봤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기분이 상한 것도 잠시 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사마귀가 우리 집 안에 들어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했다.
집에 온 남편은 사마귀를 어디에 넣고 키울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양쪽 옆으로 꽤 큰 구멍이 나 있는 과일이 담겨있던 플라스틱 통에 녀석을 넣었다. 나는 남편이 사마귀의 행동반경이나 습성을 알고 있겠거니 하고 설마 사마귀가 플라스틱 통 밖으로 탈출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었다.
우려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 터진 것은 내가 서울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 있을 때였다. 딸한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엄마, 사마귀가 탈출했어!
-뭐? 뭐가 탈출해? 걔가 어떻게 탈출해?
-엄마, 사마귀가 플라스틱 통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 어떡해요?
-잡아야지, 뭘 어떻게 해?
-엄마, 그런데 저도 손으로는 못 잡겠어요. 도망갈 수도 있고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내 방 문부터 닫으라고 일러두고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머리를 굴리면 굴릴수록 사마귀의 탈출구가 있는 통에 사마귀를 넣었던 남편, 아니, 사마귀를 쓸데없이 입양씩이나 한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남편에게 짜증을 조금 섞어서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사마귀가 탈출했대요! 통 괜찮다며!
-아, 그래? 그 옆에 있는 구멍으로 탈출했나 보네. 허허허
-뭐지? 이제 어떡해?
-잡으면 되지. 그런데 걔 날기도 하는데.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내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그리고 문득 현재 상황을 체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딸, 사마귀는 어떻게 하고 있어? 잡았어?
-아니요, 못 잡겠어요.
-나 집에 못 들어가. 좀 잡아.
-아, 엄마,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요. 엄마 집에 못 들어오시겠는데요.
이렇게 말하던 딸은 학원에 가고, 하필 나는 딸도 남편도 없을 때 집에 도착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사마귀는 내 손바닥의 절반 정도 길이밖에 안 되지만, 내겐 사마귀가 내 키 만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 키만 한 녀석을 잡겠다고 나는 내 머리만 한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셈이었다. 순간 사마귀가 나를 비웃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나는 이 생각에 점점 더 갇혀서 몸이 얼어 붇었다.
그래도 손에 달린 손가락들을 잘 타이르고, 눈에게는 '네가 보고 있는 사마귀는 실제로는 아주 작은 녀석이야'라는 말로 안심을 시킨 후에 천천히 사마귀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순간 손가락들이 '사마귀 얘 날기도 한다며! 이러다 보이지도 않는 데로 날아가버리면 어떻게 해?'라는 말을 하며 강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내 뇌는 그들을 집요하게 설득했고, 결국 손가락들은 내키지는 않지만, 시도는 해보겠다고 말하며 사마귀를 씌울 비닐봉지를 조종했다. 조금의 오차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한 번에 정확하게 사마귀의 머리부터 손과 발 끝까지 비닐봉지가 씌워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내 손과 팔, 다리, 머리, 눈 등 내 온몸은 심호흡을 조용히 길게 한 후에 사마귀를 향해 정확히 비닐봉지를 던졌다. '골인!'
드디어 사마귀는 비닐봉지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입양부터 도망자 검거까지 진땀을 빼는 사마귀와의 씨름은 끝난 듯 보였으나...
#사마귀 #입양이라니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