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잘 안 변합디다.
오늘 아침도 특별할 것 없어 보였다. 아침에 분명히 해는 떠 있었고, 나 역시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다. 그런데 문제는 딸이 입고 갈 태권도 도복을 찾을 때 발생했다.
딸: 엄마, 도복 어디 있어요?
나: 도복?
딸: 도복이 안 보여요.
나: 어제 빤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다음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없어.
이렇게 말하고 나는 속으로 ‘설마,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응?’이라는 신호를 세탁기에게 보내면서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세탁기는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널려고 했던 흔적조차 없는 도복을 보여줬다. 내 기억을 그다지 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했을 때 중요한 일은 기억하는 편이기 때문에 (태권도를 다니는 딸은 학교 끝나고 태권도를 가기 때문에 학교 갈 때 아예 도복을 입고 간다. 그런데 도복이 없다는 건 입고 갈 옷이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에는 내 기억력을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내 기억력이 쓸 만하다면 내가 기억하는 한 도복을 빨고 널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러니까 내가 보통 생각해둔 매뉴얼에 없는 일이 일어나면,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옳은 판단을 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시간은 없고, 딸은 도복을 입고 가야 하고, 머릿속은 하얘지고… 그래서 짧은 순간에 내가 생각해낸 묘수는 ‘빨리 말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드라이기를 들고 말리려고 폼을 잡았다.
딸: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엄마, 뭐 하시는 거예요?
나: 말리려고.
딸: 어느 세월에 말려요? 방금 세탁기에서 꺼내오신 거잖아요.
나: 빨리 해봐야지.
딸: 겉은 말라도 속은 축축하단 말이에요. 그런 상태로 입으면 추워요.
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딸이 그렇게 덜 마른 옷을 입은 적이 있었고,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이없는 엄마의 판단력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딸이 말했다.
딸: 오늘은 다른 옷 입고 갈게요. 관장님한테는 엄마가 얘기해주세요.
나: 그래, 엄마 잘못이라고 말할게.
딸은 결국 다른 옷을 입고 갔고, 집에 올 때 밝은 표정으로 돌아온 걸로 봐서 혼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고의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관장님께 연락을 하지는 못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융통성은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융통성 있는 사람과 같이 살거나 같이 다니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