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고통스럽겠다...

by 승주연

나는 (많은 분들이 나처럼 살 테지만 말이다) 하루를 쪼개서 거의 매일 애 키우고, 집안일하고, 러시아어 가르치고, 러시아 소설 한국어로 번역하고, 한국 소설 러시아어로 번역하고, 회사 일 하고, 러시아 및 한국의 다양한 공기업 직원들과 업무 관련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깨어있는 동안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잘 때는 거의 장렬하게 전사하듯 잔다. 잘 때는 옆에서 탱크 비슷한 것이 지나가도 세상모르고 잘 정도이다. 그런데 시부모님은 내가 예민하다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하루는 남편과 어머님이 대화를 하다가 남편 코 고는 얘기가 나왔다.


-주연이는 내가 옆에서 코를 아무리 골아도 잠을 잘 자더라고요.

-그래? 이런... 코 고는 소리 들으면서 자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주연이는 잘만 자던데요?

-말은 안 해도 무척 힘들었을 거야.


시댁 갔다 온 남편이 어머님과 나눈 대화를 얘기해주면서 말한다.


-당신이 무뎌서 다행이야.

-그러게... 난 단지 업어가도 모를 만큼 잠을 잘 자는 것일 뿐인데 ^^;;;;; 부모님은 내가 예민할 거라고 생각하시나 봐.

-그런 것 같아.

-그래도 남편 코골이라는 끔찍한 고통을 이겨낸 며느리를 안쓰럽게 여기실 부모님 생각을 하니 내가 갑자기 대견하게 느껴져.


#코골이 #남편 #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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