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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Jun 12. 2022

인형 옷

소근육 

나는 사실 손재주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무언가를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내 마음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내 마음 전체라고 하기엔 이런 생각을 하는 빈도가 낮기도 하고, 잘하지도 못하는 데에 마음 전체를 내주는 건 아닌 것 같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작용했으리라. 최근에는 인형 옷을 만들고 싶어서 유튜브 영상을 틈나는 대로 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남편에게 조금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내가 인형 옷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고 유튜브에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면 볼수록 자신감이 줄어드는 것 같아. 

-잘하는 걸 해. 아니면 내 옷부터 수선하던가. 

-수선할 게 있어? 

-찾아보면 있겠지. 

-찾을 필요까지는 없고. 게다가 당신 옷 수선한 건 sns에 올리기도 뭐하고... 뭐랄까 그럴싸한 결과물이 아니니까. 

-그래서 이번엔 뭘 만들고 싶은데? 


사실 수년 전에 윤미한테 인형을 만들어주겠다고 부직포를 색깔별로 샀다가 장롱 위에 고스란히 올려둔 일이 있었고, 결국 나는 인형을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포기했었다. 다행히도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딸 학교 준비물로 부직포가 필요해서 내가 의기양양하게 '다 생각이 있었네, 선견지명이네' 하면서 딸한테 부직포를 주면서 당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인형 옷. 

-왜 하필 인형 옷인데? 

-일단 예쁘고 귀엽고, 인형 옷 만들다 보면 사람 옷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 5-6년 정도 인형 옷을 만들다 보면 나나 윤미 옷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냥 사서 입어. 

-그래도 만들어보고 싶어. 

-알았어. 알아서 해. 



잠시 후에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난 정말 손재주가 없나 봐. 

-왜 또? 

-아까 인형 옷 도안을 만드는데 진짜 힘들더라고. 

-이제 인형 옷을 만든다면서 도안을 만들었다고? 

-응. 유튜브에 보니까 직접 만들던데? 

-에효... 당신을 어쩌면 좋니?  인터넷에 찾아보면 만들어놓은 도안 많을 텐데. 그거 출력해다가 도안대로 천 잘라서 박음질하면 될 텐데. 어렵게 사네. 

-진짜? 

-난 도안을 인쇄했을 거라고 생각했지.  

-당신이 하면 잘하겠네. 

-나야 어떻게 하는지 알지. 어렵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부럽다. 

-바느질부터 하지 말고 소근육 발달시키는 종이접기 같은 거부터 시작해봐. 그것도 쉽지 않아. 

-바느질은 잘하거든! 흥! 

-알았어. 그럼 해보든가. 


*사진은 제가 만들고 싶은 인형 옷입니다. ㅋ


 #인형옷만들기 #손재주 #똥손 #소근육 #번역작가 #러시아어강사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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