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과 실험 사이
머리를 식히거나 아침에 먹을 식빵이 떨어지면 나는 직접 식빵을 만든다. 손재주는 없지만 음식은 곧잘 만들기 때문에 올해 2월부터 다양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다양한(?) 식빵을 만들어왔다. 사실 이것은 제빵보다는 실험에 더 가까운 행위였다. 솔직히 만들어서 팔 것도 아니고, 나와 나의 가족이 건강한 식빵을 먹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식빵을 선택한 이유는 식빵이 가장 간단한 제빵 과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생각이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식빵의 세계도 알고 보면 굉장히 심오하고 다채로운 것 같다. 물론 올해 2월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시작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식빵을 만들 때마다 그 식빵을 식구들에게 먹였다. 이런 식이었다.
-여보, 이번엔 우유 대신에 두유를 넣어봤는데, 어때?
-음, 글쎄, 건강한 맛이랄까?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넣기도 하고, 총 400그램의 가루 중 강력분을 200, 아몬드 가루를 100, 통밀가루를 100씩 넣어보기도 하고, 강력분을 100, 통밀가루를 200, 아몬드 가루를 100 그램 넣어보기도 하는 등 나는 정말 제빵보다는 실험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
-이번엔 어때? 이번엔 지난번보다 통밀가루를 더 넣고 반죽도 100번쯤 더 치댄 것 같아. 더 쫄깃하지 않아?
-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시판 중인 식빵 같은 식빵을 만들어달라는 협박에 가까운 원성을 들은 나는 강력분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넣고 식빵을 만들어봤다. 그랬더니 평소보다 더 잘 부풀고, 식빵 색깔도 정말 제과점에서 파는 식빵과 비슷해졌다. 나는 유레카를 외치듯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이제 진짜 제과점에서 파는 식빵 같은데!
-정말? 오! 이제 진짜 식빵 같아.
이 말을 들은 나는 생각해봤다. 분명 올해 2월부터 나는 식빵을 만들어왔다. 만들 때마다 안에 들어가는 가루의 종류나 비율이 다르긴 했지만 내가 만든 건 분명히 식빵이었다. 남편의 '진짜 식빵 같아.'라는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드디어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편의 이 말은 과연 칭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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