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화재 경보

그리고 화재 경보

by 승주연



보통 통삼겹살은 남편이 잘 구웠지만, 이번에는 내가 구워보기로 했다. 통삼겹살을 냉장고에서 꺼낸 후에 프라이팬에 넣고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고기가 두꺼워서 그런지 고기는 잘 익지 않았고, 평소보다 연기도 많이 났지만, 그냥 두면 탈 것 같아서 고기를 뒤집기 위해서 나는 프라이팬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짧은 불길이 솟았고, 나는 순간 살짝 얼었다. 그리고 뒤 이어서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경보음이 울렸다.


''화재, 화재! 삐웅삐웅! 화재! 화재! 삐웅삐웅!''


이사 온 집에서 삼겹살을 여러 번 구웠지만 화재 경보음이 울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뭐가 문제일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연기는 남편이 구워도 날 것 같았다. 그렇다면 고기를 핥듯이 짧게 솟구쳤던 불길이 문제였던 것일까? 그다음부터는 조금 더 조심하기로 마음먹고 계속 삼겹살을 구웠다. 하지만 이번에 산 삼겹살에는 비계가 많았고, 그 비계는 물처럼 녹아내렸으며, 고기를 뒤집으려고 또 한 번 열었을 때 문제의 화재 경보음이 또 울렸다.


''화재! 화재! 삐웅삐웅! 화재! 화재! 삐웅삐웅!''


그리고 난 다음에는 불을 끈 다음에 뚜껑을 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살 때부터 두터운 비계층 때문에 마음에 안 들었던 삼겹살 덕분에 나는 우리 집 화재경보기가 아주 잘 작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후에 나는 퇴근하고 오는 남편을 마중하러 지하철 역으로 나갔다.


''삼겹살은 구웠어?''

''응. 그런데. 나 이번에 알게 된 게 하나 있어.''

''뭔데?''

''우리 집은 불 날 일이 없을 거란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내가 고기를 굽는데 기름 때문에 불길이 살짝 아주 살짝 솟았거든. 그랬더니 화재 경보음이 울리더라고. 어찌나 신경질적으로 울리던지, 온몸에 있는 털이 쭈뼛쭈뼛 서는 기분이었어.''

''아니 도대체 불길이 얼마나 치솟은 거야?''

''정말로 고기를 살짝 핥듯이 불이 났는데 무려 두 번이나 화재 경보음이 울렸어. 덕분에 화재 경보가 잘 울린다는 걸 알게 됐지. 불 날 일은 없을 것 같아. 짜증이 나서라도 불을 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삼겹살 사진이 없어서 소갈비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ㅋㅋㅋ


#삼겹살 #화재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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