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초록 천막 소개
책 소개:
거대한 역사 속 작은 개인들의 삶과 자유를 탐구하며 현대 러시아 문학을 이끌어온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커다란 초록 천막》이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제10·11권으로 출간됐습니다. 2010년에 발표된 《커다란 초록 천막》은 소련의 정치적 격동과 그 속에서 피어난 예술을 바탕으로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의 궤적을 다루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은 세 주인공의 성장과 고난을 큰 줄기로 전개되며, 이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삶을 교차하여 인간 이야기의 거대한 컬렉션을 이룹니다. 출간과 동시에 ‘《닥터 지바고》와 함께 책장에 두어야 할 한 시대의 증언이자 야망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어두운 역사를 살아간 무수한 사람들의 삶에 보내는 헌사입니다.
줄거리:
1950년대 모스크바, 어린 소년이었던 일리야, 미하, 사냐는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됩니다. 가정환경도 성향도 제각각인 세 사람은 문학 교사 빅토르 율리예비치의 가르침과 러시아 문학 애호가 모임인 ‘러문애’를 통해 견고한 우정을 쌓아갑니다. 우정의 중심에는 러시아 문학이 있습니다. 그들은 모스크바 곳곳을 산책하며 푸시킨, 마야콥스키, 톨스토이, 파스테르나크 등 앞서 험난한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와 혁명가들의 삶을 탐험합니다. 그렇게 어느 시대든 인간은 시대적 어려움이 자신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애써왔음을 배우고, 억압적인 사회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예술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갑니다.
학창 시절이 지나 각자의 삶을 구축하고 확장하며 여러 고난에 직면하는 동안, 세 사람의 운명은 상호 얽히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사리에 명석한 일리야는 지하출판물 사업에 뛰어들어 거처를 옮기며 살아가고, 이상주의자 미하는 특수학교에서 장애아들을 가르치다 금서를 유포한 행위로 쫓겨나며, 종국에는 강제 추방된 이민자들을 돕다가 위험에 처합니다. 한편 사냐는 새로운 실험과 미지로 가득한 음악 이론과 악보의 세계에 매료됩니다. 이들은 정부 차원의 검열과 통제가 팽배한 분위기에서 도리어 예술적으로 활발하고 풍부한 시기를 살아가지만, 동시에 반유대주의와 같은 인간의 잔인하고 나약한 모습과 마주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우정을 통한 사회적 연결망은 “어른으로 위장한 사람들의 사회”에 잡아먹히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소설은 독재자 스탈린이 죽은 날에서 시작하여 망명 시인 브로드스키가 죽은 날에서 끝납니다. 그 방대한 시간 폭 사이로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러시아를 관통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시공간을 바꿔가며 전개되는 일화 하나하나는 세 명의 주인공과 반체제 지식인들의 삶뿐만 아니라 당시를 살아간 “삼류 단역 배우들”의 드라마 또한 생생히 담아냈습니다. 가령, 기존의 러시아 고전 문학에서 주변화된 여성 인물들의 서사는 이상화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채 소설의 한 축으로 존재합니다. 또한 반정부 지하조직을 이끈 장군을 정신병자로 진단하길 강요받은 의사, 레닌에 관한 풍자화로 수배를 피해 도망친 시골에서 노파들을 그린 화가, 죽은 시인의 관을 만들기 위해 시신의 키를 재러 간 장례지도사, 부츠를 늘리려 금서를 찢어 넣은 소녀 등 역사와 허구를 절묘하게 섞은 인물과 사건들은 당시의 분위기를 몰입감 있게 재현합니다. 거미줄처럼 비선형적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역사적 진실이 음악 연주처럼 다양한 각도에 따라 계속해서 창조되며 변화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출처] ESSE.10·11 작은 진실들로 담아낸 한 시대의 풍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출간|작성자 은행나무
저자 소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1943년, 가족이 2차 세계대전을 피해 머문 러시아의 바시키르 자치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생물학부를 졸업하고 유전학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 1970년에 지하출판물을 읽고 유포한 혐의로 해직되었다. 이후 유대인 극장에서 각본가로 일하며 수필, 라디오 드라마, 인형극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으며, 몽골의 시를 러시아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1992년에 발표한 《소네치카》가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하면서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고 《쿠코츠키의 경우》(2001)로 여성 최초 러시아 부커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2012년 박경리 문학상 수상하며 《우리 짜르의 사람들》 《행복한 장례식》 등의 대표작이 소개되었다. 그 외에도 집필한 다수의 작품이 전 세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며 유럽의 주요 문학상을 받았고, 1990년대 이후 새로운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며 현대 유럽 사회와 예술을 이끌어온 작가로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2010년에 발표한 《커다란 초록 천막》은 소련의 역사적 변동과 그 속에서 피어난 예술을 바탕으로 거대한 역사를 살아간 작은 사람들의 다채롭고 풍부한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역자 소개:
옮긴이 승주연
안양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에서 러시아어 언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고, 2020년 리드 러시아 번역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봉순이 언니》 《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등을 러시아어로, 《비행사》 《티끌 같은 나》를 한국어로 옮겼다. 현재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출처] ESSE.10·11 작은 진실들로 담아낸 한 시대의 풍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출간|작성자 은행나무
*사진은 제가 제안한 디자인으로 작가가 만들어준 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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