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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Mar 03. 2024

2주일 만에 알마티 대학 초청 행사 가기

INTJ 성향의 번역가라면...   

정확히는 1월 10일에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메시지가 왔다.  알마티에 있는 한국어학원에서 보낸 메시지였고, 내용은 모두 러시아어로 돼 있었다. 평소에 디엠으로 스팸 메시지가 자주 왔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디엠을 잘 확인하지 않게 되었고, 이번에도 4일이나 지난 14일에나 디엠을 확인했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러시아어로 적힌 장문의 글이 특이하다고 느낀 덕분이랄까. 


내용은 올해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한국문학주간''이란 행사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하는데 번역작가인 나를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온라인으로 참가해도 되지만, 되도록 직접 와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러시아에서 공부한 때가 2002년부터 200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언어학 석사 과정)까지였고, 2011년에 러시아 재단인 ''루스키 미르'' 후원으로 러시아 민족 우호 대학교에서 교수법 연수를 받은 후로 카자흐스탄은 고사하고 러시아도 간 적이 없다. 


카자흐스탄은 처음인 데다 아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고, 행사까지 남은 기간은 고작 보름이었다. 오 맙소사! 보람만에 무려 7시간이나 비행해서 (그나마 직항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문학 행사에 참여하고 온다는 것이 가능한가?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만 하더라도 나는 무슨 운명의 장난이나 농담 정도로 치부하고 내가 정말 2주 후에 알마티에 가 있을 거라곤, 그리고 그곳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하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디엠을 보낸 분은 그곳에 있는 대학교의 교수이고, 나보다 더 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셨다.  러시아어권 번역가가 나밖에 없는 건 아닐 거고, 왜 하필 나일까? 궁금한 건 못 참는 내가 물었다. 


''러시아어를 잘하시고, 한국 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하고, 러시아 소설을 한국어로도 번역한 한국인은 작가님이 사실상 유일하니까요.'' 


그 말을 들으니 이해가 갈듯도 했다. 하지만 평소에 번역 관련 일정은 1년 치를 미리 짜고, 다른 계획 역시 수개월 전에 미리 세워두는 내게 2주 만에 무려 7시간이나 비행을 해야 도착하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의 알마티에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처럼 보였다.  내겐 거의 "미션 임파서블"급 미션이랄까...  


예상대로 그 과정은 꽤 험난했다.  이틀 만에 항공권이 나왔고, 그제야 나는 정말로 내가 알마티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티끌만큼 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에 참여해야 하며, 내가 뭘 준비해야 할지 정하는 데만 하더라도 수많은 ''핑퐁''이 오갔고, 결국 난 2가지 행사 중 한 가지 행사는 거의 준비 없이 들어가서 행사 중에 오가는 대화를 집중해서 들으면서 내 차례가 오면 답을 했고, 또 다른 행사에서 나는 사전에 어떤 질문이 오갈지 전혀 모른 채로 한국학과 대학원생들이 러시아어로 질문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혹시라도 질문을 이해 못 하거나 동문서답을 하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하며 잔뜩 긴장했지만, 다행히 나 외에는 아무도 눈치 못 챈 것 같았다. 


행사가 없는 시간에는 주최 측에서 나와 여러모로 비슷한 여학생을 수행원으로 붙여주셔서 같이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심지어 갤러리에 가서 그림도 구경했다.  우리는 러시아어로 대화했고, 러시아어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상황에서 나를 딸처럼 살뜰하게 챙겨주는 수행원의 배려가 조금은 의아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알마티에 처음 왔고, 그 도시나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여학생의 도움이 없었으면 무척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에도 1월 말에 내가 정말 알마티에 갔었나, 내가 갔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거기에서 사 온 초콜릿을 보면 정말 갔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 


여러모로 배려해 주시고 무엇보다도 나를 초청해 주신 교수님과 나를 살뜰하게 챙겨준 바네사라는 여학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전통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해 주신 고려일보의 블라디미르 기자님, 함께 수다를 떤 고려일보 편집장님, 선물도 주고 공항에서 나를 배웅해 준 총영사관 직원 레나 씨에게도 더불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카자흐스탄 #문학행사 #알마티 #초청번역작가 #노한소설번역가 #한노소설번역가 


#감사 #초청여행 #일과여행사이 #알마티는처음이지 

#미션임파서블 #MBTI #IN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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