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주연 Jan 10. 2021

톨스토이에게 여자란?

고품격 문화 예술 매거진 2020년 8월호에 실린 제 글입니다. 

톨스토이에게 여자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1828~1910)는 우리나라에 일찍부터 소개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러시아 작가다. 2007년 영어권의 현역 작가 125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작품을 10편씩 골라 달라는 설문조사에서 1위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2위가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3위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4위가 나보코프의 <롤리타>였다. 또한 러시아 사이트 culture.ru(https://www.culture.ru/news/94417/lyubimye-pisateli-rossiyan)에서 러시아의 소설가 중 가장 뛰어난 소설가를 묻는 설문 조사에 응답자의 45%가 톨스토이라 답했고, 23%가 도스토옙스키, 18%가 체홉, 15%가 뿌쉬낀 등이었다. 


  톨스토이는 1828년 야스나야 폴랴나의 톨스토이 백작의 4남으로 태어났다. 톨스토이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성장기의 대부분을 친척 집을 전전하면서 보낸다. 그에게 있어서 특히 어머니의 부재는 작품 세계에서의 여성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톨스토이는 34세라는 늦은 나이에 18세의 소피야 안드레예브나 베르스와 결혼했다. 결혼 전의 방탕한 삶과는 별개로 톨스토이는 함께 노년을 맞이할 자신의 아내를 고르는 일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그는 베르스 가문의 집에 자주 드나들며 상당히 아름다운 딸 리자를 눈여겨보았으나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다가 오히려 그녀의 동생인 소피야를 이상적인 신붓감으로 여기게 되었다. 소피야도 그를 사랑했고, 그 역시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어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그렇게 결혼한 첫날밤 톨스토이는 어린 신부 소피야에게 그동안 자신이 쓴 일기를 모두 읽어보라고 줬는데, 그 안에는 자신의 수많은 여성 편력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불화가 심하면서도 자녀를 13명이나 낳았고, 톨스토이는 대작인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 등을 썼다. 톨스토이가 워낙 악이어서 소피야가 그가 쓴 대부분의 작품을 정서해서 출판사에 보내는 등 헌신적으로 남편을 내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남편에 대한 지나친 소유욕과 독점욕이 이들 부부의 불화에 일조를 했다. 특히 톨스토이가 자신의 소유를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의 책에 대한 모든 저작권을 기부하고 민중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한 이후로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물론 그녀는 13명이나 되는 자신의 자녀들이 거리에 나앉을 것을 우려하여 톨스토이의 바람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늘 톨스토이의 대화를 엿듣고 그의 행동을 감시했으며 유언장에 그 의지를 넣지 않을까 예의주시했다. 이로 인해 결국 1910년 여름에 그녀는 히스테리와 발작을 일으켰고,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정신 건강이 악화된다. 


엊저녁에 나는 여성 문제에 관한 그와의 대화로 인해 충격에 빠졌다. 그는 늘 그렇듯 어제도 자유를 반대하며, 소위 여성 평등이라는 것을 반대하는데, 어제는 갑자기 여자가 선생이든, 의료업에 종사하든, 예술을 하든 여자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육체적인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루는 즉시 그녀가 하던 모든 일은 무의미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한결같이 냉소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여성 혐오적 견해를 가진 그를 나무랐다. 

-1897년 소피야 안드레예브나 톨스타야의 일기 중에서  


실제로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여성의 지능이 남성에 못 미친다고 기술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시 사회에 팽배한 가부장적 견해뿐만 아니라, 톨스토이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과도 맞닿아 있다. 

"나는 한 번도 여자를 사랑한 적이 없다... 하지만 꽤 자주 나는 남자들을 사랑했다.''            

-1851년 톨스토이의 일기 중에서 


톨스토이는 ‘사랑’과 ‘성욕’ 혹은 ‘육체적인 관계’를 분리해서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톨스토이에게 여자들이란 불완전하고 따라서 사랑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톨스토이는 여성 중 한 명인 자신의 아내 소피야의 도움을 받아서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비록 여성을 혐오하고 아내를 무시하며 사이도 좋지 않았지만, 평생 그녀의 곁을 지켰으며 결국 1910년 10월, 가출한 지 열흘 만에 죽으면서 비로소 그녀와 헤어지게 된다.  


그에게 여자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가 입버릇처럼 말했듯이 그는 정말 여성을 사랑한 적이 없을까? 톨스토이가 21세기에 작품 활동을 했다면? 문득 <안나 카레니나>에서 그가 묘사한 여성들의 모습이 다시금 궁금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