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탕탕이
딸과 함께 여유로운 점심을 다 먹어갈 때 즈음 어머님이 우리 집에 들르셔서 자그마한 검은 봉지 속에 있는 것을 주시면서 Y 주라고 하셨다. 흐물흐물 액체인 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나는 바로 봉지를 끌러보았다. 봉지 속에는 작고 귀여운 낙지 한 마리가 열심히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딸이 낙지 탕탕이를 좋아해서 집에서 해준 적은 있는데, 지금까지 낙지 손질은 어머님이 해주시거나 남편이 주로 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작고 귀여운 녀석을 단 한 번도 씻거나 자른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딸을 불러서 조물조물 씻어보라고 했다.
나: Y야, 낙지 좀 씻어봐. 나는 얘네들이 너무 움직여서 못 씻겠어.
딸: 네, 그런데, 엄마, 저도 얘네들이 너무 많이 움직여서 못 만지겠어요.
그 말을 들은 나는 고무장갑을 꺼내서 씻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낙지를 씻을 때는 소금이나 밀가루가 필요하다는 걸 들은 적이 있어서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다. 정말로 소금으로 먼저 씻은 후에 밀가루로 빨판에 있는 떼(?)를 벗겨내라고 돼 있었다. 나는 먼저 소금으로 조물조물 씻은 후에 밀가루를 왕창 넣어서 씻었다. 딱 고만큼만 검색을 했던 나는 딸한테 이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색해보라고 했다. 잠시 후에 딸이 말했다.
딸: 엄마, 이거 좀 잔인한데 엄마가 할 수 있겠어요?
나: 말해 봐, 뭔데?
딸: 낙지 몸통 안쪽으로 가위의 한쪽 날을 넣고 길게 자르래요. 그리고 몸통을 뒤집어 내장이 붙은 부분을 가
위로 잘라준 후, 내장을 손으로 잡아 떼내어 준대요.
나: 헉,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낙지 얘 엄연히 목숨이 붙어있는데, 칼로 머리 자르고 내장을 몸에서 떼어내면 얼마나 아프겠어? 어휴, 난 못 하겠어.
딸: 엄마, 그냥 닭이라고 생각하세요. 엄마 닭 손질 잘하시잖아요.
나: 그건 죽은 닭이고… 얘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린다고.
딸: 머리 자르고 손질해서 잘라서 주세요.
나: 어차피 넌 머리를 안 먹으니까 머리는 손질 안 할래. ㅋ
딸: 헉. 손질을 해야죠.
나: 괜찮아. 머리까지 하기엔 낙지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래. 그리고, 참기름 뿌려야지?
딸: 안 뿌려도 돼요.
나: 아니야, 절대 안 돼. 낙지 빨판이 아주 세서 먹다가 네 몸 어딘가에 붙으면 어쩌려고 그래?>
딸: 잘 씹으면 돼요.
딸이 급하게 검색을 해서 찾은 내용을 얘기한다.
딸: 네이버에 찾아보니까, 참기름 꼭 안 넣어도 된대요.
나: 이미 늦었어. ㅋ 그냥 먹어.
딸: 엄마, 진짜 맛있어요! 그런데, 엄마는 왜 안 드세요?
나: 그냥. 알 것 같은 맛이라서. 그래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