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건지...
딸은 방학이 되기 전부터 집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홈스쿨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나는 국어는 나름 신경을 쓸 수 있었지만, 수학은 안 한 지도 꽤 됐고, 아무래도 번역이라는 일 자체도 문과 쪽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계 쪽 과목과 멀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수학은 남편한테 봐달라고 했는데, 요즘 푸는 문제는 비교적 쉬운 분수의 덧셈과 뺄셈이어서 남편이 나한테 봐달라고 부탁을 해놨었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설명해주려고 문제집을 펼쳤다.
딸과 나는 둘 다 책상 앞에 앉아있다.
나: 봐봐, 이건 그냥 산수네. 분수 앞에 있는 숫자는…
딸: 그건 자연수라고 해요.
나: 그래, 분수 앞에 있는 자연수는 자연수끼리 빼고. 여기 분수에서 아래쪽에 있는 수는…
딸: 분모예요. 분모라고요…
나: 아, 그래, 분모. 네가 알아들으면 되는 거잖아. 까칠하기는.
딸: 하아, 아니, 그건 저도 아는 건데…
나: 그래, 아무튼 분수는 분수끼리 빼주면 되는 거잖아. 네가 더 잘 아는구먼? 이제 엄마 없이도(?) 풀 수 있
지?
딸: 하나만 더 풀어줘요.
나: 자, 잘 들어. 그러니까, 자연수는 자연수끼리, 분수는 분수끼리 빼주는 거잖아.
딸: 아싸! 엄마가 2문제나 풀어줬다! ㅋ
나: 헉, 이 녀석이…
누가 누구를 가르친 건지는 모르지만, 나는 덕분에 ‘자연수’와 ‘분모’를 기억해냈고, 딸은 2문제를 벌었다.
*사진은 내가 러시아 유학 시절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