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공포증 1

여수 케이블카

by 승주연

가족과 함께 여수에 놀러 갔을 때 일이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심한 편이어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심하게 무서워하는 편이다. 일단 올라가면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을 수 없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내가 굉장히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는 것과 땅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불안해하곤 한다.


여수에 놀러 가서 할 수 있거나 하고 싶은 일 중에 케이블카 타는 것이 있었다. 우리는 회도 먹고,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하필 밤에, 그것도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바람도 살짝 불 때 케이블카를 떠올렸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당연히 케이블카 정도는 타 줘야 한다는 생각은 물론 내가 한 것이 아니었다.


남편: 우리 케이블카 탈까?

딸: 좋아요!

나: 하필 비가 오네. 타지 뭐.

남편: 케이블카 중에 아래가 훤히 보이는 크리스털이 있던데, 우리 그거 탈까?

나: 아니, 절대 안 돼! 꿈도, 아니, 꿈만 꿔!

남편: 안 되겠다. 엄마가 안된다고 하니까 평범한 케이블카 타자.

딸: 나는 아래가 훤히 보이는 거 타고 싶은데.


그때 딸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이었으니까 대략 7살쯤 됐었다. 아이라서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원래 겁이 없는 아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딸이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또다시 '크리스탈 케이블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을 못 하도록 예의주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잠시 후에 우리 차례가 왔고, 우리 셋은 함께 케이블카에 탔다.


나: 바람도 부네. 왜 하필 이런 날 타서는...

남편: 나 너네 쪽으로 가도 될까?

나: 안돼, 절대 안 돼!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린단 말이야. 꼼짝도 하지 마.

남편: 쩝. 알았어.


순간 나는 네이버에 여수 케이블카 사고 사례를 검색할 까 하다가 괜히 보고 나서 더 무서워질까 봐 관둔다.


딸: 엄마, 그냥 버스 안에 있다고 생각해봐요.

나: 이렇게 높은 곳에 떠 있는 버스도 있어? 도움이 안 되거든.

딸: 엄마, 우리가 있잖아요. 뭐가 무섭다고 그래요?


딸이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케이블카가 바람에 흔들렸다.


나: 뭐지? 흔들리지 않아도 충분히 무서운데, 아... 아직 많이 남았나?

남편: 절반 정도 온 것 같은데.

나: 진도 좀 빨리 빼지.


결국 우리는 무사히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땅을 밟았다. 난생처음으로 땅이 믿음직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사람들의 시선만 아니라면 땅을 얼싸안고 뽀뽀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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