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스크럽을 주기 싫을 때

화학 반응

by 승주연

딸은 목욕을 하면 샤워젤이나 손 세정제 등을 넣어서는 비누 거품을 잔뜩 내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문제는 내가 보지 않으면 이런 녀석들을 다소 헤프게 쓴다는 것이다. 결국 손 세정제와 샤워젤은 딸의 손에 들어가면 입욕제로 전락하거나 슬라임으로 둔갑하곤 한다. 그런 딸이 못마땅한 나와 한 방울이라도 더 가져가려는 딸 사이에는 종종 신경전이 발생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엄마, 그 소금 좀 주세요.''

''무슨 소금? 아, 이 바디 스크럽? 이거 비싼 거야!''

''조금만 주세요.''

''지금 네 욕조 안에 입욕제 넣었잖아.''

''네.''

''만약에 거기에 바디 스크럽을 넣잖아?''

''네,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그럼 폭발할 수도 있어.''

''네? 폭발이요?''

''응, 폭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거지. 그러니까 입욕제 안에 들어있는 어떤 물질과 바디 스크럽에 들어있는 어떤 성분이 만나면서 서로 심하게 안 맞아서 폭발을 할 수도 있다는 거지. 물론 그럴 확률은 100만분에 1이겠지만 말이야.''

''벼락을 맞을 확률 정도인 거죠?''

''그렇지. 그 정도 될거야.''


딸이 정말 내 말을 믿었는지, 바디 스크럽을 안 주려고 무척이나 노력하는 내가 안쓰러웠던 것인지, 정말 100만분의 1이라는 확률이라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더는 바디 스크럽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20200607_155719_732.jpg


이전 11화소금 담은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