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놓으라니깐.
나는 단짠단짠 한 음식이나 디저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소담바'를 보곤 일단 아담한 크기의 아이스크림이라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흐른 후 어느 화창한 오후에 나는 드디어 소담바 맛을 보기로 했다. 들뜬 마음을 가득 담아서 아이스크림 봉지를 뜯고는 한 입 먹으려고 하는 순간 중요한 전화가 걸려왔다. 순간 나는 갈등했다. 크게 한 입 물고 모른 척 대화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예민한 상대라면 상대방이 입에 무언가를 물고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겐 새로운 아이스크림의 세계에 발을 막 들여놓으려는 결정적인 순간에 전화가 오다니. 순간 나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남편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면서 말했다.
-여보, 내 거 남겨놔.
-그래, 걱정 마.
하지만 예상보다 전화통화는 길어졌고, 나는 전화 통화를 하는 중에도 거침없이 녹고 있을 소담바를 생각했다. 어느덧 나는 내 방에서 전화 통화를 끝내고 거실에 있는 남편에게 갔다. 이때 남편은 작은 막대기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여보, 아이스크림은?
-여보, 그게, 그러니까, 내 말 좀 들어봐.
-어떻게 된 건데? 설마 이거 아이스크림이 꽂혀있던 막대기야? 설마 다 먹은 거야?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당신 꺼 남겨놓으려고 했는데 아이스크림이 막 녹는 거야. 내가 옆으로도 들어보고, 별 짓을 다 했는데도 계속 녹아서 아이스크림 국물이 떨어져 내릴 것 같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그냥 내가 다 먹었어. 정말 맹세코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
-아, 난 맛도 못 봤는데. 한 입이라도 베어 물고 통화할걸.
-정말 미안해.
이때 내게 이 아이스크림은 단짠계를 총괄하는 소국 같은 것이었고, 난 정말 한 나라를 잃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름이었고, 남편이 아이스크림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데에 나도 동의했기 때문에 다소 슬픈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날 저녁 무렵에 앞집에 사시는 형님 (우리는 이 분을 형님이라고 부른다.)이 오셨다. 형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오늘 있었던 아이스크림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정말 와이프가 전화통화를 너무 오래 하는 바람에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니까요.
-그럼, 여름이니까 녹았겠지. 이해해. 그런데 나라면 바로 냉동실에 넣었을 텐데.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냉동실'이라는 참신하고도 든든한 해결책이 있었음에도 남편은 더운 실내 온도 탓을 하며 아이스크림이 액체로 변하는 과정을 늦출 생각은 못했던 것이다. 물론 형님은 농담으로 건넨 말이었지만, 나는 살짝 남편을 흘겨보며 입맛을 다셨다.
'내 아이스크림. 그러게 냉동실 생각은 왜 못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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