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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야, 너만 믿을게...

딸기 바나나 쉐이크

by 승주연

치과 치료를 받고 오는 길에 딸이 '토르티야'를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슈퍼에 들렀고, 늘 그렇듯 슈퍼에 들르면 원래 사려고 했던 것들 외에도 끌리는 녀석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애호박이 조금 쌌고, 어두운 빨간색 딸기가 무척 단단하고 달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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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딸기 맛있어요?

슈퍼 주인: 네, 그럼요. *향 딸기잖아요.


솔직히 지난번에도 믿고 샀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데다 '달다'라고 하는 동사에 거는 기대치가 저마다 다르긴 하지만, 나는 딸기까지 계산했다.


딸이 집에 왔고, 오랜만에 토르티야를 본 딸은 환호했다.


딸: 야호!

나: 딸~ 왔어?

딸: 누. 구. 세요?

나: 너 그런 식으로 하면 토르티야 구경도 안 시켜줄 거야.

딸: 죄송해요, 어머니. 엄마, 토르티야 구워주세요.

나: 알았어. 몇 장?

딸: 2장이요~


딸은 토르티야를 다 먹고는 무슨 코스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이라도 되는 듯이 나에게 딸기바나나쉐이크를 해달라고 했다.


딸: 엄마, 딸기바나나쉐이크 해주세요.

나: 알았어.


딸기바나나쉐이크를 만들면서 딸기 당도 체크도 할 겸 한 입 베어 물었다. 순간 슈퍼 주인아주머니는 단 걸 별로 안 좋아하시거나 정말 단 딸기를 못 드셔 보셨거나 둘 중 하나란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어차피 바나나랑 같이 갈 거니까 마지막 희망은, 딸기가 미쳐 올려놓지 못한 브릭스를 바나나가 최대한 끌어올려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이 두 녀석을 믹서기에 갈았다. 바나나에게 너무 큰 짐을 준 건 아닌지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지금까지 바나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은 묵직하고 일정한 당도로 내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딸이 조용히 잘 마시는 걸로 봐서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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