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주연 Mar 06. 2021

블랙 버블 밀크티

홍삼이라니...


 토요일 아침에는 김밥을 싸서 아침을 먹고 남편, 나, 딸 이렇게 셋이서 집을 나섰다. 남편은 전날 딸에게 웹툰 카페인가를 같이 가자고 했고, 딸도 전부터 가고 싶었던 데라 같이 가겠다고 했다. 나는 솔직히 만화를 책으로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내키지는 않지만, 토요일 오후에 집에 혼자 있으면, 뭔가 버려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사실 요즘에 코로나 때문에 가게나 매장 등의 업무 시간 등이 달라질 수 있어서 나는 남편에게 전화나 한 번 해보고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영업을 하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그냥 가도 된다고 말하며 전화를 안 했다. 평소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남편이 그렇다면 그렇겠거니 하고 나도 따라나섰다. 그렇게 우리 세 식구는 집에서 상록수 역까지 걸어서 웹툰 카페가 있는 건물까지 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우리는 하필 5층에 있는 웹툰 카페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면서 나는 ‘’설마 이렇게 올라갔는데, 카페 문을 닫은 건 아니겠지?’’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섞인 말을 남편에게 했다. 아침부터 무려 5층까지 걸어 올라간 우리는 사이좋게 신발을 벗고 카페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카페 안이 캄캄했다. 아무리 현관이 원래 어두운 카페라 하더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과 ‘혹시, 설마’ 같은 부사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보, 카페 내부가 시커먼 게 여기 오늘 안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진짜? 진짜 안 하나 보네.'' 

''3월 2일부터 15일까지 리모델링 공사하느라고 영업을 안 한다고 적혀있네. 그러게 내가 전화하고 오자니까.'' 

''귀찮아서 그랬지.''

''아니, 상록수 역까지 와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5층까지 걸어 올라오는 건 안 귀찮고?'' 

''응. 운동도 되고 좋잖아.'' 

''운동은 평지에서나 하는 거고.'' 


결국 우리는 건물에서 나와서 커피나 마실 요량으로 ** 도넛으로 향했다. 

딸아이는 흑당 버블티를 시켜주고,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남편은 아이스 라테를 주문하려고 마음을 먹고 주문을 하는데, **도넛에서는 흑당 버블티 비슷한 음료가 ‘블랙 버블 밀크티’와 ‘블랙 버블 라테’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올 때마다 헷갈리는 통에 이번에도 그 차이를 직원에게 물어봤다. 


''블랙 버블 밀크티와 블랙 버블 라테의 차이가 뭐죠?''

내가 질문했다. 

''블랙 버블 밀크티에는 홍차가 들어가고, 블랙 버블 라테에는 흑당 시럽이 들어갑니다.''

직원이 내 질문에 대답했다. 

''홍삼이요?'' 

나도 이상하다 싶었지만, 내 귀를 의심하기는 싫어서 다시 한번 확인 차 질문했다. 

''홍차라고. 홍차.''

남편이 말했다. 

''둘 다 ㅎ으로 시작하니까 첫 글자는 맞았구먼!''

''느낌이 너무 다르잖아.'' 


주문을 하고 셋이서 카페 자리에 착석을 하자 남편이 말한다. 

''홍삼이라니? 여기가 무슨 전통 찻집도 아니고. 귀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난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니까. 농담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고, 내 귀가 나한테 전달한 정보를 확인차 물어본 것뿐이라고!'' 

''나 원 참. 알았어.'' 


잠시 후에 우리 옆 자리에 어떤 여자분이 도넛이 얹어진 쟁반을 들고 와서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말한다. 

''여보, 저기 저 도넛 모양이 되게 특이한데? 흰색의 도넛 위에 시커멓게 생긴 게 하나 올라간 모양이 참 특이한 것 같아. 나도 다음에 사 먹어야지.''

''도넛 위에 다른 도넛을 하나 더 얹은 거잖아. 그게 안 보여?''

''아, 난 저렇게 생긴 도넛인 줄 알았지.''

''널 어쩌면 좋니?''

''나랑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지?’’ 

''너랑 있으면 조마조마해. 사람들이 이런 네 모습을 알게 될까 봐.’’ 




작가의 이전글 뜻밖의 호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