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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Apr 09. 2021

제5원소

광란의 아리아

남편이 아침부터 제5 원소에 나오는 ''광란의 아리아''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 나와 남편은 안 맞는 부분이 참 많은 부부에 속한다. 남편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라는 상식을 주장하고, 늘 그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나는 '왜 꼭 그렇게 생각해야 해? 다른 접근법도 있지 않아? 난 당신과 생각이 다른데?'라는 사고로 무장한 데다 러시아어 공부만 7년 했고, 러시아어권에서 16년째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러시아식 사고가 배어 있어서, 행동도 비슷하게 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남편은 자신의 바람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행동도 하지 않는 나를 질책하곤 했다. 최근 들어서야 내가 그렇게 행동하거나 사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았는지, 혹은 체념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나를 많이 이해한다는 투로 말을 한다. 


노래를 듣고 있는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누가 부른 건데?''

''몰라'' 

''아니, 누가 부른 건지도 모르고 듣는단 말이야?'' 

''응. 그게 어때서? 누가 부른 건지 꼭 알아야 해?'' 

''당연하지! 그건 마치 누가 번역한지도 모르고 책을 읽는 것과 같아.'' 

''헐. 그게 그거랑 어떻게 같아?'' 

''아무튼 같아.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제5 원소 검색하면 이 가수가 부르는 버전이 나와.''

''아... 지금은 그렇지만, 다른 가수들이 갑자기 그 노래를 많이 부르면 검색어에서 밀릴 수도 있잖아.'' 

''뭐? 그러면 다른 가수가 부른 걸 들으면 되지.'' 

''난,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검색해서 듣는데. 이해할 수가 없군.'' 


아무튼 늘 이런 식으로 우리의 대화는 조금씩 어긋나곤 한다.  





*사진은 러시아 친구한테 선물받아서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제 인형 ''체부라시카''인데, 이 방 저 방 굴러다니는 걸 보다 못한 남편이 버리려고 하는 걸 내가 내 방에 버리라고 해서 지금 내 서재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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