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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Apr 10. 2021

매미라도 되랴?

당신은 운동이나 해.

나는 면허가 없어서 운전도 못하고, 수영도 못하며, 자전거도 못 타고, 기본적으로 운동 신경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한 번은 학생이랑 PC방에 가서 카트 라이더라는 게임을 같이 한 적이 있다. 학생이 나한테 게임을 가르쳐주겠다고 자처해서 간 것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사고만 내는 나를 쳐다보더니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수영은 수영장에 가서 제대로 수영 강습을 받은 적은 없지만, 수영을 잘하는 사람들과 물놀이를 갈 기회는 종종 있었고, 그들은 호시탐탐 내게 수영을 가르쳐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물속에만 들어가면 온 몸에 힘을 주고, 온 신경을 곤두세웠고, 바닥을 디딜 수 없는 물속에서 몸이 떠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수영도 배우지 못했다. 자전거는 고등학교 때 동생과 함께 운동장에 가서 타는 법을 배워보려고 했지만, 중심을 못 잡으면서 계속 넘어졌고, 집에 와서 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4발 달린 차''를 타고 다닐 텐데, ''2발 달린 자전거''는 배워서 뭐 하느냐며 배우지 말라고 하셨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했고, 나는 한결같이 운전도 못하고, 수영도 못하며, 자전거도 못 탄다. 


다행히도 딸은 아빠를 닮은 것인지 운동 신경이 나쁘지 않았고, 남편이 공원에 데리고 나가서 자전거를 가르쳐줬더니 금방 잘 탔다.  그리고, 운동도 할 겸 우리는 인적이 드문 밤에 집 앞 공원에 나가곤 한다. 오늘도 남편이 자전거 타러 나가자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셋이서 공원에 갔다. 


''어어어... 엄마, 비키세요.'' 

''뭐? 어디로 가란 말이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비키시면 되잖아요. 방해돼요.'' 

''뭐야?'' 

''아니, 왼쪽으로 붙었더니 오른쪽으로 붙으라고 할 땐 또 언제고! 매미라도 되란 말이야?'' 


''아빠, 엄마가 자전거 타는 거 자꾸 방해해요.''

''그러게, 당신이 잘 비켜야지.'' 


졸지에 나는 딸의 진로를 방해하는 사람으로 전락했고, 순간 정말이지 매미라도 돼서 나무에 붙어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남편이 말했다. 


''저기 운동 기구 있는 데 가서 운동이라도 하든가.'' 

''알았어요.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하게 될 줄이야.'' 

 

남편 덕분에 나는 간신히 매미 신세를 면했고, 우리는 그렇게 각자 할 수 있는 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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