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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Apr 12. 2021

''티끌 같은 나''를 통해 보는 러시아

러시아 남자들은 정말로 무능력할까?

저는 러시아 현대 문학의 거장 빅토리아 토카레바가 쓴 중단편집을 번역했고, 중단편집의 제목은 ''티끌 같은 나''입니다. 


그리고, ‘티끌 같은 나’를 읽고 독서 토론을 했을 때 나누었던 질문을 토대로 이 책을 읽는 데에 도움이 될 법한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 소설 속에 나와있는 것처럼 러시아에서는 실제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무능력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90년대) 러시아 사회는 여성들이 일하고 무능한 남성과 가족을 먹여 살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실제 러시아 사회상을 반영한 것일까요? 


페레스트로이카를 할 때 러시아 사회는 엄청나게 커다란 진통을 앓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르바초프가 54세의 젊은 나이에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되었고, 집권과 동시에 그는 경제적으로 침체된 소련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앞세운 과감한 자유화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자유와 맞바꾼 혼란이라는 대가는 엄청났고, 살인적 인플레와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 서민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나 내전 등으로 인해서 남성들이 많이 죽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많습니다. 


2017년 자료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1천만 명 정도 더 많다고 합니다. 게다가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위험한 일을 하도록 교육받으며, 여성들은 신중하고, 조심성 있도록 교육을 받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알코올 중독자도 많은 편입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남성은 여성보다 질병에 걸릴 확률마저 높아서 여성보다 단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성비 격차는 점점 커지며, 따라서 그런 남성들을 의지할 수 없는 여성들은 직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여성들이 러시아 남성들에게 거는 기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토카레바의 중단편 속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은 페레스트로이카라는 대 혼돈기였고, 따라서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비는 여전히 불안정하며, 여성들에 비해서 남성들이 수가 적다 보니 상당수의 여성들이 결혼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며,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남성의 경제력이나 능력까지 본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왔을 때 제게 던진 질문은 이와 같은 맥락을 이해하고 들으면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이런 상황을 모르고 들으면 황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시 우리가 나눈 대화를 재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주연! 한국의 카페에는 남자가 참 많네!'' 

''아, 그런가?''

''주연, 한국에는 거리에 남자가 많네!'' 

''아, 생각한 적이 없어서...''  


카페나 거리에서 남자들을 보기 힘든 이유는 기본적으로 남녀 성비가 많이 깨져 있는 상황인 데다 남자들은 남성성을 강조하며 카페에 잘 안 다니고, 집에서 TV를 보거나 차고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러시아는 상당히 보수적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남녀 성비가 깨져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나마도 수가 적은 남자들 중에서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남자를 만날 확률은 줄어듭니다.  


다음 시간에는 오늘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러시아의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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