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 우리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중이었고, 어느 날 남편이 나한테 전화해서는 세상 진지한 투로 고백할 게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고백이라는 단어는 뭔가 무겁고, 진지하다못해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남편의 고백을 듣기 전에 내게 주어진 1-2분이 될지 30초가 될지 모를 그 시간 안에 최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을 절대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직감한 나는 이 고백이 주는 무거움에 대해서 최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떠올려보려고 애썼다. 뭘 고백하고 싶은 걸까? 혹시 숨겨둔 애가 있을까? 아니면, 결혼에 실패한 적이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 여자인데 남자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건 아닐까? 아니면, 혹시 양성애자?
나는 남편이 고백의 내용을 입 밖에 내뱉는 그 순간까지 가장 무겁거나 충격적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써갔고, 내 안에서 이젠 남편이 어떤 얘기를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즈음 남편이 고백의 실체를 내 앞에 꺼내놓았다.
''나 사실...''
''뭔데?''
''담배 피워.''
''뭐?''
남편도 나도 교회를 다니고 있었고, 교회 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결혼 전에 반드시 그것만은 고백을 하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런 자신이 싫다면 떠나도 좋다는 생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예상한 내겐 김이 많이 새는 내용이었다.
''아, 난 또. 끊으면 돼지.''
''그렇지?''
''그럼, 난 또 뭐 숨겨놓은 애가 있거나 재혼일까봐 잔뜩 긴장했는데.''
''고마워. 이해해줘서.''
''그런데 술도 해?''
''응.''
''하나만 해! 술이든 담배든 둘 중에 하나만 하라고!''
다소 싱겁게 끝난 고백 덕분에 우리는 별 탈 없이 결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혼 후에 남편은 담배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