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G...
1탄 - 인도 히말라야 라다크 트레킹
https://brunch.co.kr/magazine/makhavalley
2탄 - 인생에 한 번쯤은 킬리만 자로
https://brunch.co.kr/@krazyeom/56
벌써 집으로 돌아온지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매일 아침 출근 후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편안한 생활이 그리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도시의 생활로 돌아오고 나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 시원한 공기, 그리고 땀과 힘듦이 아른거린다. 그리고 아침 식사 후 20, 30대 젊은 남녀 동생들과 스타벅스 VIA 커피 하나로 나눠 마시면서 느낄수 있었던 유일한 도시의 향기가 참 좋았었다.
지난 킬리만자로는 펜을 아니… 키보드를 한동안 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무릎, 손가락, 발가락의 통증이 아직 있고, 온몸에 붓기(라고 쓰고 살이라고 읽는다)가 빠지지 않았지만 일찍이 키보드를 들어본다.
올해 2023년 2-3월 킬리만자로 피크 (5895m) 등정 이후 다음 고산 여행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어머니께서도 1년이 지나자 사친첩에서 작년에 갔던 라다크 트레킹 사진이 추천으로 떠서 산행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래서 어머니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Anapruna Base Camp (aka. A.B.C.) 트레킹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나마 작년 7월 어머니와 산행이었던 인도 라다크 히말라야 트레킹 5150m 보다 낮은 4130m이고 일정도 6박 8일로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았었다. Okay하시고 같이 떠나기로 결정한다.
A.B.C.는 전 세계 산악 트레커들의 버킷 리스트 1순위로 꼽는다. 눈앞에 펼쳐진 설산의 아름다움이 가져다주는 광활한 느낌과 난 히말라야를 올라갔어!라는 정복감을 줘서 그런가? 싶다. 일단 난이도가 무지 낮다. (정말???) 일반사람들은 히말라야라고 하면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ABC트레킹은 말 그대로 트래킹이다. 그냥 조. 금. 만. 걷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 북한산에 온 듯 한국사람들도 많다.
ABC 트레킹을 결정하기 전에도 유튜브를 통해 수없이 관련 영상을 보아왔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한번 가고 싶었다. 전 세계 트래커들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곳이니까.
개인적으로 가면 비행기 값 + 70~80만 원 + 기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비행기 가격이 많이 올라서 개인적으로 가는 거 대비, 여행사(혜초여행사)를 끼고 가는 것도 금전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다녀오고 나서는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혼자 간다면 가이드만 끼고 가는 것도 도전해보고 싶다. 얼마 전까지는 단독산행이 가능했지만 워낙 사고가 많이 일어나서 그런지 이젠 가이드는 필수다.
오후 1시 40분 비행기였지만 일찍이 집을 나섰다.
혜초 여행사 데스크에서 간단한 소개 자료등이 포함된 짐을 받고 라운지로 이동해 먹기 시작한다. 라운지 세 곳(대한항공, 마티나, 미티나 골드)을 투어 하면서 먹은 것은 비밀이다.
비행기로 6시간 정도를 날라서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도착 비자를 $30 내고 구입을 하고 이미그레이션을 통과를 하고 짐을 찾으러 나갔다. 아직은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일행들... 네팔에서 사용할 유심을 7일에 $4를 주고 잘 구입을 했다. 여행 중 인터넷이 크게 필요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갑자기 필요할 수도 있으니 준비해 두는 게 좋다. 큰 마을까지는 대부분 잘 터졌다.
밖을 나와서 첫 네팔의 느낌은 인도와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 음식, 종교를 봐도 그냥 작은 아우 느낌이다.
짐을 가지고 공항 밖을 나와서 미니 버스를 타니, 현지 메인 가이드 Dip이 환영의 꽃 목걸이를 걸어준다. ”나마스떼“
30분여를 달려서 첫날 묵을 숙소인 힐튼 호텔에 도착했다. 아직 적응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현지 네팔(인도)식 식사를 하고 다음날 첫 트레킹 일정을 위해서 잠을 청한다.
카트만두에서 트레킹의 시발점인 포카라로 비행기로 이동하기 위해서 새벽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후다닥하고, 케리어의 짐을 카고백에 다 옮겼다. 트레킹 일정에서 일반적인 짐은 포터들이 다 옮겨주고 이후 배낭에는 간단한 옷과 먹을 거리등을 넣고 간. 단. 히. 걸으면 된다.
포터들은 약 30kg이 되는 짐을 들고 우리가 가능 길을 같이 아니 먼저 걷는다.
지난 2번의 여행에서는 내가 막내였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와 온 20대 남, 무계획 도전의 30대 여, 그리고 나까지 MZ? 젊은이라고 우겨서 막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일정동안 같이 잘 지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요는 아니었겠지…)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30분여 날아가서 포카라 공항에 도착했다. 중간에 창밖 너머로 안나푸르나 봉우리가 보인다. 프로펠러가 멈췄어요!? 한국인 가이드 분께서 공항이 신공항으로 바뀌고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후 우리는 환전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5박 6일간 산에서 사용할 돈을 환전을 했다. 간단한 마실거리와 충전비용, 와이파이 비용만 지불하면 되기에 2명이서 $60 정도만 환전을 했다. 환율은 대충 루피당 10을 곱하면 한국돈으로 계산이 된다.
이후 트레킹의 첫 출발지인 나야풀(Naya pool)까지 미니버스로 이동을 했고 현지 주방장이 만들어준 비빔밥을 점심식사로 먹으며 트레킹 준비를 했다.
점심을 먹고 지프차를 1시간 30분간 타고 산간도로를 달려 첫 시작지인 지누난다로 이동한다. 오프로드 구간이 많아서 참 힘들다. 중간중간 공사를 해서 지체가 되기도 하였다.
도로가 정비되기 수년 전에는 나야풀에서부터 걸어서 올라갔다고 한다. 그러나 길이 생기면서 어느 정도 스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게 또 예전에 걸었던 분들에게는 단점이고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는 장점이기도 하다.
배낭을 메고 이제 첫 발을 내딛는다. 처음 마주한 300m 구름 흔들 다리... 엄청 흔들흔들린다. 만들어진지 얼마 안되었으며 다리가 없을 때에는 저만큼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엄청 길다...
이제부터는 산악 무한 돌계단 구간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은 업힐 구간... 힘들다. 30분 가고 5-10분 쉬고 이런 패턴으로 산행을 지속했다. 유튜브에서 많이 보던 개들이 졸졸 쫓아온다.
산행 중에 큰 짐을 메고 가는 짐꾼들이 참 많다. 우리들의 포터만 해도 대충 30kg의 짐을 메고 전체 일정을 함께 한다. 당나귀를 이용해서 운반해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포터분들의 밥벌이가 날아가게 되니... 아무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걷자. 나중에 현지 가이드 분에게 물어보니 개인포터 고용비용은 $18라고 한다. 가이드는 $20.
멀리 고산들이 보이면 일행들은 연신 사진을 찍기 바빴다. 정말 작은 설산만 보여도 이쁘다고 사진을 연신 찍었다.
첫날인 만큼 많이 걷지 않았다. 2시간여를 업힐을 오르며 아주 힘들 때쯤 어? 하는 순간, 고도를 400미터를 올리고 나니 첫 도착지인 촘롱에 도착했다. 가장 큰 마을이며 많은 롯지와 식당들이 즐비하다.
짐을 내려놓으니 쿠키와 밀크티를 주셨다.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정리를 하고 첫날 저녁식사로 돼지 수육을 먹었다. 일행 중 한 분이 맥주 한 캔씩을 쏘셨고 일행 중 한 분이 가져온 소주와 내가 가져온 소주(3일간 홀짝 먹으려 가져왔지만 하루 만에 다 먹었네…)도 꺼내서 소맥을 말아서 잘 먹었다. 아직까지는 술을 조금해도 3000m 이상의 고산이 아니기에 괜찮다.
아직 누가 누군지 잘 모르기에 간단히 인사를 하고 오늘 하루 짧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잠을 청했다.
시차와 술 때문인지 여독이 덜 풀려서 그런지 꿀잠을 잤다. (저녁에 별이 그렇게 이뻤었는데…)
맥주 때문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새벽 밖을 나서니 별들이 참 많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어제는 구름에 가려져 못 보았던 세계 3대 미봉인 마차푸차레(물고기 꼬리, 내 눈엔 왜 하트처럼 보이지…) 봉우리가 얼굴을 비췄다. 그리고 구름이 정말 시시각각 달라져서 또 모습을 금방 감추기도 했다. 일행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정말 뷰 맛집인 숙소 식당에서 간단한 한식으로 아침 한 끼를 먹고, 이틀차 산행 준비를 한다. 오늘은 이동거리가 어제 보다 살짝 길다. 오늘은 오르막 내리막 구간이 반복적으로 있고 업힐 구간도 길어서 힘들다.
중간에 사원에서 쉬면서 경전통을 한 바퀴 돌리면서 안전산행을 기원해 본다. (한 바퀴 돌리면 불경 한 권을 외는 거랑 같다고 한다. 티켓 불교 쪽 문화인 듯)
내리막이다... 산행을 해보신 분들이면 초반에 내리막은 썩 반갑지 않다. 내리막이 있으면 그만큼 다시 오르막이 있으니… ㅠㅠ 어제 올라왔던 높이를 다시 쭉 내려간다아아ㅏㅏㅏ… 이고 내 무릎이야. 이때부터 무릎이 약간 이상이 있었고 지금까지 아프다. 계단 + 걷는 방식의 문제인듯하다.
계곡 물과 설산이 모습을 간간이 보여준다. 중간중간에서 쉬면서 간식도 먹으며 에너지 보충도 하고 물도 마시면서 쉰다.
시누와(Sinuwa)는 2360m 높이 밖에 안되지만 어제 올라온 높이를 내려왔다 올라와서 그런지 다들 힘들어하고 15분여 쉬면서 다시 정비를 한다.
그리고 점심 목적지인 밤부(Baboo, 대나무가 많아서 밤부인가?)로 이동을 한다. 나무 그늘이 있고 해서 그렇게 막 덥지는 않다. 우기 시즌에는 비가 오면 나무에서 거머리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모자나 긴 옷 착용 필수! (지만 나는 더우니 다 벗고 간다.)
1시간 45분을 걸어서 밤부에 도착을 했다. 배경으로 정말 멋진 폭포들이 보인다. 이 폭포에는 선녀가 내려와서 어쩌고 저쩌고... 전설이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점심으로는 수제비를 먹었다. 산행 중 음식이 다 맛있겠지만 정말 맛있다. 그리고 우리가 남긴 잔반은 개들이 맛있게 냠냠한다. 그래서 개들은 사람을 헤치지 않고 졸졸 따라오기만 한다.
먹었으니 또 다음 숙박 목적지 도반(Doban) 2600m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Way to ABC”가 보이니 점점 ABC가 다가온다는 착각도 하게 되나....... 힘들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또 멋진 3개의 폭포를 배경으로 하고 잠시 쉬었다가 간다. 이 폭포에는 3마리 용이... 전설이 있다고 한다. 쉴 때는 주변을 꼭 확인을 하자. 인간지뢰가 참 많다.
다시 걷고 이틀차 목적지인 도반에 도착했다. 오늘부터는 샤워를 하면 고산병에 걸릴 수 있으니 간단히 씻기만 했다. (오히려 더 좋아...) 그리고 저녁으로는 닭백숙이 나왔다. 도대체 어디까지 나올 셈인 거에 요?…
일행분이 또 나머지 소주를 꺼냈고, 또 다른 일행분이 네팔 전통 럼을 하나 꺼내서 또 반주로 곁들었다. 오늘까지만 마시자... ㅋㅋ 정말? ㅋㅋ
그리고 또 잤겠지 뭐….
시차와 화장실로 인해서 새벽에 밖을 나가니 또 하늘에는 별이 많이 떠 있다. 그리고 마차푸차레는 좀 더 가까이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난 왜 하트 모양 같지...
밤새 딸랑딸랑 소리는 개가 몸이 간지러워서 몸을 긁는 소리였나 보다. 다들 저 소리에 잠을 못 들었다고 한다.
또다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다음 목적지인 데우랄리 3200m를 위해 이동을 한다. 이때부터는 고산증세가 나타날 수 있어서 이동을 천천히 한다. 절대 무리를 하면 안 된다.
중간중간에 정말 폭포가 많다. 정말 폭포를 보면서 ”와~“를 수십 번 외천 것 같다. 전설이 수천 개가 필요할 것 같아...
돌계단을 걷고 또 걷는다. 저 멀리 우리가 지나온 롯지도 작게 보인다.
(중간에 많은 게 생략된 것 같지만.. 걷고 사진 찍고 와~ 걷고 사진 찍고 와~ 힘들다. (x번 반복))
그리고 걷다 보니 앞에 데우랄리 롯지가 보인다.
그리고 2020년 1월 17일 폭설로 인한 눈사태로 한국인 4명이 돌아가신 것을 기리는 표지석이 있어 간단히 묵념을 하고 지나친다. ABC는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지만 겨울철은 참 위험하다.
왔으니 또 먹어야겠지. 오늘 저녁은 김치볶음밥이다! 한식이 어디까지 나올 수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너무 일찍 12시 30분쯤에 도착해서 밥 먹고 할 일이 없어서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많이 친해졌나 보다.
내일이면 벌써 목적지인 ABC에 올라간다. 벌써 일정의 1/2을 소화했다.
오후 3시쯤 되자 일기가 급격하게 변했다. 갑자기 구름이 덮이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운이 좋은 일정인 듯하다.
저 비를 맞으면서 MBC까지 올라가는 팀도 있나 보다. 그리고 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날이 조금 개이기 시작했다.
내일 우리가 올라갈 때는 아무런 일이 없길 바랐다.
저녁으로는 잡채가 나왔다. 오늘은 술을 잡수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 먹고 7시가 안 되어서 또 잠을 청해 본다. (그리고 보니 이날 빼고 맨날 술이야…)
일어나자마자 일기가 궁금했는데 날씨가 많이 개였다. 휴 다행이다. 높이 올라가면 기온이 떨어지는데 비까지 오면 다들 힘들어질 텐데 말이다. 아무튼 이번 산행은 날씨 운은 좋다.
또! 아침을 먹고 산행을 시작한다. 마지막 오르막 구간의 날이니 힘을 조금 더 내보자.
이제야 우리가 생각했던 평지에 가까운 오르막 트레킹 구간이 나오기 시작했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멋진 풍경이 보인다.
고지가 높아져서 그런지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산에도 눈들이 많이 내렸다. 저 멀리 앞에는 MBC 롯지가 보인다.
MBC에서 점심으로 한국식 오뚜기! 카레밥이 나왔다. 맛있게 먹고 나오니 갑자기 롯지 주변이 구름으로 덮였고, 비가 내리더니 금세 눈으로 바뀌었다. 우리 일행은 눈&보온 대비를 위해 우의를 입고 옷을 단단히 껴입고 마지막 목적지로 이동했다. 이제 400m 정도만 오르기만 하면 된다…
가면서 눈은 멈출 기세는 안 보이고 점점 심하게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비가 아닌 게 어딘가. 눈에 가려져 안나푸르나 봉우리를 못 보고 걷는 게 아쉽긴 했어도 또 다른 경험을 맞이할 수 있어 좋았다.
조금 걷다 보니 벌써 ABC에 다 달랐다. 사진 맛집이라 길게 줄이 있어 후다닥 개인샷을 찍고 조금 더 위에 있는 롯지로 향했다.
도착해서 간식으로 마늘수프에 팝콘을 말아서 먹으며 추운 몸을 녹였다. (아프리카에서도 팝콘을 주는데… 여기서도? 팝콘이 고산병 예방 음식인가 ㅋㅋ)
눈은 멈출 기미가 안 보이네... 내일은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이 내리면 안나푸르나는 전혀 볼 수가 없다. ㅠㅠ
신기하게 5시가 되니 또 눈이 그치기 시작한다. 나가서 나는 눈사람도 만들었고, 다들 사진 찍기 바쁘다.
ABC정상에 와서 딱히 고산 증상이 없어서 한국인 가이드와 우리 젊은이 일행은 정상주를 마시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가이드들은 어디서 잘까 궁금했었는데 롯지 식당 의자에 이불 등을 펴고 잔다. 사실 여기가 가장 따뜻하다.
날씨가 추워서 인지 어제저녁 11시부터 1시간마다 깨서 시간을 확인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날씨를 확인하니 엄청 날씨가 좋았다. 밖에 나가보니 모두들 뒤에 서있는 안나푸르나 설산 사진을 찍기 바빴다. 와…….
산 뒤로 태양빛이 참 이쁘다. 사진으로 아무리 담아도 눈에 보이는 거에 못 미친다. 다음에 또 와야 하나...
아침을 먹고 우리 일행은 단체사진을 찍고 파이팅 구호를 단체로 외치고 하산을 시작한다. 어제 눈이 얼어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내려간다.
앞뒤로 펼쳐진 설산은 정말 가히 예술이다. 이래서 다들 다시 ABC나 히말라야를 찾나 보다.
신기하게 MBC 쪽으로 내려오니 눈이 거의 안 내렸다. 아이젠을 다시 벗고 출발~! 4일간에 걸쳐서 올라왔던 길을 이틀간에 내려가야 해서 오늘 14km, 1830m를 내려가야 한다. 무릎이..... 아작 나는 느낌이다. 이틀째 오르막부터 살짝 통증이 일어났는데 그래도 약빨과 무릎보호대로 버티고 있다.
조금 내려오니 더워서 두꺼운 옷들은 벗는다.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가기에 약간 심심한 면이 있긴 하다. 이전에 묵었던 데우랄리 숙소에서 김밥과 신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응? 김밥이 왜 여기서 나오니...?
다시 걷는다.
아뿔싸 비가 온다.. 비는 급히야 우박이 되어서 떨어진다. 잦아들이 기다렸지만 잦아들 기미가 안 보여서 그냥 맞고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다.
내려가면서 원숭이소리가 들려서 원숭이를 한 컷 찍고 다시 내려간다.
비가 그쳐 겉옷은 한 겹 벗고 다시 열심히 내려간다. 내려가던 도중 다른 한국 일행들이 혜초에서 염소 한 마리 잡았다고 온 동네에 소문이 났다고 한다.
어떤 분은 현지 가이드와 1:1로 왔는데 가이드가 아파서 혼자 올라가고 ㅋㅋ…
어느덧 갑자기 지난번 점심을 먹었던 밤부 롯지에 다 달랐다. 그리고 며칠간 안 했던 샤워를 했다. 휴 개운하다. (샤워냐 술이냐 고민했었는데! 술을 마실걸 그랬나?)
저녁 식사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 늦어진 7시에 시작해서 갔더니 정말 염소 수육과 염소 갈비가 한 상 차려져 있다. 그리고 축하주인 쿠크리 럼주까지 있었다. 술을 안 하시는 일행분들을 빼고 6명이서 럼주를 수병 먹고.... 눈을 뜨니 난 왜 화장실에 있는 거니??? (생략…) 다시 정신을 차려서 잠을 청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술을 마셨던 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다. 그동안 피로와 많은 양의 술이 부른 참사인듯하다. 그래도 하루만 내려가면 되니까 걱정이 덜했다. 그나마 토를 해서 그런지 숙취는 전혀 없었다… 다행.
아침으로는 해장국으로 염소뭇국이 나왔다.
정말 마지막 파이팅을 외치고 하산을 시작한다. 눈앞에 컸던 산들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일행들은 힘들지만 마지막 하산길이라 그런지 다들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어서 결코 쉬운 하산길이 아니었다.
일행분 한분이 콜라를 골든벨 울려주셔서 콜라도 한잔하고 다시 힘을 내어서 내려간다. 올라왔을 때는 못 느꼈던... 이걸 어떻게 올라왔지?
그리고 첫날 묵었던 롯지에서 마지막 식사로 전통주 락시를 반주삼아 비빔면을 먹었다. 정말 끝인가?
처음에는 언제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던 5박 6일간의 ABC일정이 정말 후다닥 끝나버렸다. 정말 끝이다. 수고했다. 끝.
포카라로 돌아와서는 나름 좋은 숙소인 Fish Tail 숙소에 머물렀다. 배 타고 들어간다~
저녁시간에 포카라 시내를 두어 시간 둘러볼 수 있었다. 포카라 디즈니 랜드는 정말 대단했다. ㅋㅋ
그리고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줄 술과 고기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또 돌아와서 술!? ㅋㅋ
포트와인이 작업 주로 좋다고 한다... 하지만.....
와 여기서도 멀리 설산들이 보인다. 특히 호수에 비친 설산들이 정말 이뻤다. 뷰 맛집이네...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포카라에서 카트만두 공항까지 이동을 하고 짧은 쇼핑일정과 왕궁?을 둘러보는 관광일정을 진행했다.
점심으로 현지식 인도식의 식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등반 출입증서를 받았다.
추석바로 전날이라 사람들은 정말 많았다. 시내 가이드를 통해 약간의 왕궁 가이드를 받고 카트만두 공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새벽에 도착하고 짐이 빨리 나와서 일행들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후다닥 집으로 돌아왔다. 집이 최고다.
아쉽겠지만 이제 어머니와 고산 산행은 더 이상 없지 않을까? 관절이 아프시다고 하고 두 번의 고산 여행에 고산증상이 두 번 다 심하셨다.
여행 중 친했던 사람들과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헤어짐은 가끔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곧 뒷풀이 한다고 만나네요. :-)
암튼 다들 건강하고 잘 살았으면 한다.
Good Luck. See you on the trail.
왜 힘든 곳에 가냐고 물으면 모르겠다. 왜 내려올 곳을 올라가냐고 묻는 거에도 대답을 못하겠다.
그냥 힘듦이 주는 매력이 있는 건가? 돌이켜 보면 인생에 한 번쯤 킬리만자로 보다, 인생에 한 번쯤 ABC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음은 어디로 가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 B. C.)와 ABC 서킷 등 많구나...
언제 동영상 편집하지 ㅋㅋ
정말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