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를 닮은 사람에게

by 랑이네 글밥집

잠자리는 죽어서도 날개를 접지 않는다


함민복


살다가 힘이 들고 지칠 때면


잠자리는 죽어서도 날개를 접지 않는다!

잠자리는 죽어서도 날개를 접지 않는다!


되뇌어보지요


그러면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처진 어깨에 힘이 붙기도 하지요





오늘은 김기사 도시락에

이 시를 함께 배달하고 싶었다.


도시락 통 안에는

늘 하던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메추리알장조림,

파래무침,

파김치,

그리고 뜨끈한 바지락 된장국.

나의 가장 평범한 위로들이다.

밥보다

오늘은 이 문장을 먼저 건네고 싶었다.


하루 종일 이고 지고 배송하는 짐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질 때,

어깨가 축 처지고

괜히 숨이 한 번 더 길어질 때,


잠자리는 죽어서도 날개를 접지 않는다.



그 문장을

마음속으로 한 번만 떠올려 줬으면 했다.

짐이 가벼워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어깨에는

조금 힘이 붙을 것 같아서.


도시락을 먹고

오늘 하루를 다시 밀어낼 힘이

조금은 생겼으면 했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대단한 문장을 쓰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좋은 시를 읽고,

그 문장을 누군가의 하루에

조심스럽게 얹어 보내고 싶어질 때,


함민복 시인이

나를 잠시 시인으로 만든다.


그리고 김기사의 도시락이,

그를 향한 이 마음이,

나를 잠시나마 시인으로 만든다.


오늘도 날개를 접지 않은 채

하루를 버텨내는 사람에게,

이 도시락과 이 문장이

작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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