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번의 공감이 가르쳐준 것

나의 ‘보글보글’이 타인의 마음을 데울 때

by 랑이네 글밥집

ㅡ오후 5시.

어김없이 걸려 오는 남편의 전화 한 통.


“뭐 하냐”는 무심한 질문 뒤에 숨겨진

‘우리 집이 오늘도 무사하다’는 안도를 글로 옮겼다.


그런데 이 담백한 고백에

생각보다 참 많은 분이 함께 공감해 주셨다.



96%의 낯선 이들이 건넨 하트


스레드에 올린 글이 하루 만에 조회수 2,800회를 넘겼다.

더 놀라운 건 11.7%라는 반응률이다.


보통 3~5%만 되어도 ‘터진 글’이라는데,

내 글을 본 열 명 중 한 명은 기꺼이 하트를 눌러

마음을 표해주신 셈이다.


통계를 보니 유입 경로의 96%가 ‘홈 피드’였다.

내 지인뿐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수천 명의 휴대폰 화면에

나의 저녁 준비 소리가 배달된 것이다.




우리는 모두 ‘무사함’을 듣고 싶었다


왜 그렇게 많은 분이 멈춰 서서 이 글을 읽어주셨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는 모두 저녁 무렵이면

누군가에게 “밥 먹었니”,

“오늘 하루 무사하니” 묻고 싶고,

또 그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귀찮게만 느껴졌던 남편의 전화가

사실은


“오늘도 우리 무너지지 않았지?”


라는 확인이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나도 모르게 냄비 앞에 조금 더 정성껏 서게 된다.


나의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가

온라인 너머 고단한 하루를 보내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스하게 데워준 모양이다.




숫자로 증명된 공감의 크기


숫자로 나타난 공감의 크기를 확인하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오늘 저녁 메뉴를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무심히 넘겼던 가족의 전화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받았을지도.


그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지면서도

기분 좋은 책임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줬다.

시원한 굴뭇국을 끓이고,

오리고기는 노릇하게 구웠다.

짭조름한 두부조림 옆에는 콩나물 무침과

꽈리고추조림 넉넉히 곁들였다.

오늘 저녁, 퇴근하고 돌아올 김기사의 식탁은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할 예정이다.


수천 명의 응원을 담아 안친 밥이기에

오늘 밤 우리 집의 ‘무사함’은

유독 달콤하고 고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