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안부를 묻는 일에 대하여
저녁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
남편 김기사에게선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시곗바늘처럼 정확한 그 시간, 휴대폰 화면에 뜨는 이름을 보며 나는 그의 하루를 짐작한다.
정해진 대화, 그 익숙한 변주
전화가 연결되면 첫마디는 늘 같다.
“뭐 하냐?”
내 대답도 한결같다.
“내가 이 시간에 뭐 하겠어.”
그러면 그는 아이처럼 웃으며 답한다.
“밥 하겠지.”
정해진 질문과 정해진 대답.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엔 조금 귀찮았다.
뻔히 알면서 왜 매일 묻는 건지,
이 반복되는 확인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투박한 대화 속에 담긴 다른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김기사에게 ‘밥’이 의미하는 것
다섯 시.
그 시간은 현장을 누비며 배송 업무를 마친 그가 차 안에 혼자 앉아 잠깐 숨을 돌리는 시간일 것이다.
치열했던 하루의 소음이 잦아들고 혼자 남겨진 고요 속에서, 그는 집으로 전화를 건다.
그리고 확인한다.
“밥 하겠지.”
그에게 밥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다.
늘 가난하고 불안정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온 그에게, 따뜻한 밥이 차려지는 저녁 식탁은 삶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명이며 유일한 안식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국이 끓고 밥상이 차려지는 그 반복되는 일상이, 그에게는 인생이 아직 안전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인 셈이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대답
그 마음을 이해하고 나니, 요즘은 다섯 시의 전화가 덜 귀찮다.
오히려 그의 질문에 더 정성스러운 대답을 준비하게 된다.
오늘은 묵은지를 넣고 참치 김치찌개를 끓였다.
들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 위에서 두부가 노릇하게 익어간다.
어제 조려두었던 코다리 조림도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냈다.
국 냄비에서 나는 보글보글 소리가 주방의 공기를 채운다.
그를 위한 저녁상을 차리고, 내일 가져갈 도시락도 싼다.
“오늘도 우리 괜찮지?”
어쩌면 그의 전화는 밥 메뉴를 묻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 집은 평안하지?
오늘도 우리 삶은 괜찮은 거지?”
그 간절한 확인에 나는 구구절절한 말 대신 찌개를 끓이고 수저를 놓는 것으로 답한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집안 가득 퍼져 있을 고소한 냄새가,
나의 가장 다정한 대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