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보는 파업 중, 하체는 열일 중

결핍이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하는 이유

by 랑이네 글밥집

왼쪽 엘보에 통증이 찾아온 뒤로 한동안 상체 운동을 아예 쉬어야 했다.

시원하게 밀어내고 당기던 동작들이 멈춰버린 자리에는 상실감이 남았다.

최근에야 겨우 살살 당기는 동작부터 조심스레 다시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상체가 쉬는 동안, 나의 하체는 멈춘 적이 없다.

그렇게 두 달을 하체 운동에만 매진해 온 오늘,

문득 기구에 걸린 무게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브덕션(허벅지 바깥쪽 운동) 무게가 어느새 59kg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핍은 때로 다른 쪽의 성장이 된다


묵직한 무게를 밀어내는 근육의 자극을 느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인생도 운동과 다르지 않구나.’


우리는 살면서 어느 한쪽에 상처가 나거나 결핍이 생기면 금세 좌절하곤 한다.

원하던 일이 틀어지고,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균형이 깨졌다’며 슬퍼한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늘 우리 마음대로 되던가.

중요한 건, 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사실이다.


엘보가 아파 상체를 쓰지 못하는 동안, 나의 에너지는 고스란히 하체로 흘러갔다.

결핍이 생긴 자리를 슬퍼하는 대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더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59kg’이라는 새로운 강인함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순응과 기다림, 그리고 놓아줌에 대하여


인생의 균형은 억지로 맞추려 애쓴다고 해서 잡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무너진 균형에 몸을 맡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 순응할 것은 기꺼이 순응하고,


* 안 되는 것은 억지로 들이받기보다 때를 기다릴 줄 알며,


* 그럼에도 끝내 안 되는 것은 미련 없이 놓아줄 줄 아는 지혜.


엘보 통증은 내게 ‘멈춤’을 가르쳤지만, 59kg의 어브덕션 무게는 내게 ‘집중’을 가르쳐주었다.

상처가 났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상처 입은 곳이 아무는 동안, 우리는 다른 근육을 키우며 더 단단해지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무게를 든다


59kg. 누군가에겐 가벼운 무게일지 몰라도, 내게는 결핍을 견뎌낸 훈장 같은 숫자다.

오늘도 나는 어브덕션 머신 위에 앉아 이 묵직한 삶의 무게를 밀어낸다. 비록 엘보는 조금 아플지라도, 내 다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땅을 지탱하고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부족한 대로, 아픈 대로, 우리는 또 다른 곳을 채우며 계속 살아나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