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을 끝내는 가장 향긋한 방법
딸아이와 냉담 중인 지 벌써 2주째였다.
늦은 귀가 문제, 그리고 끝내 걸려 오지 않았던 전화 한 통.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깊다면 깊은 그 일로 시작된 다툼 끝에 우리는 서로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침묵이라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로 서로를 겨누며 긴 시간을 버텼다.
그런데 며칠 전, 딸아이가 등기로 편지를 보냈다는 연락을 받았다.
카톡도, 전화도 아닌 등기라니.
우체부 아저씨가 직접 내 손에 쥐여주어야만 하는 그 묵직한 전달 방식이 아이답지 않게 신중해서, 편지를 기다리는 내내 마음이 울렁거렸다.
퇴근 후 정성스레 봉해진 편지를 읽었다.
그 안에는
엄마, 아빠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라는 문장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싸울 당시에는 감정의 날이 서 있어서 자기 입장만 내세우던 아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뾰족했던 감정이 누그러지자,
비로소 엄마와 아빠의 입장이 아이의 마음속으로 스며든 모양이다.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해 글로 옮겨야만 했던 아이의 진심.
그 편지를 읽고 나니
2주간의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기특함만 남았다.
아이도 이 편지를 쓰기까지 며칠 밤을 고민하며 마음을 다스렸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딸이 2주 만에 주말을 맞아 집에 온다고 했다.
마침 화이트데이다.
보통은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달콤한 선물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오븐을 예열했다.
우리 딸은 달달한 디저트도 좋아하지만,
특유의 짭조름한 맛도 좋아한다.
오늘의 메뉴는 바질 페스토 스콘.
향긋한 바질 향과 짭짤한 풍미가 어우러진 스콘을 굽기 시작했다.
오븐 안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스콘 냄새가 거실 가득 퍼졌다.
2주 동안 얼어붙어 있던 집안 공기가
조금씩 온기를 되찾는 기분이다.
그런데 딸을 위해 구운 스콘을 정작 남편이 맥주 안주로 더 신나게 먹는다.
그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이 고소한 냄새가
“고생했다. 어서 와라.”
라는 내 첫인사 대신이 되어줄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감정의 파도를 만난다.
때로는 자식과 냉담하며 외로운 섬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 먼저 용기 내어 등기 편지를 보내고,
누군가는 그 마음을 받기 위해 바질 스콘을 굽는다면
그 어떤 차가운 침묵도 결국은 깨지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리라 다짐했던 그 밤.
우리 집 식탁 위에는
달콤한 사탕 대신
짭조름하고 단단한 사랑의 맛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