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

‘좋아함’과 ‘사랑함’ 그 사이의 고백

by 랑이네 글밥집

시 평론가 데이비드 오어(David Orr)는 흥미로운 통계를 하나 전한다.


임의의 키워드 X에 대해

“나는 X를 좋아한다(like)”와

“나는 X를 사랑한다(love)”라는 문장의 구글 검색 결과를 비교해 보면,


대체로 ‘좋아한다’가 ‘사랑한다’보다 세 배쯤 더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문장은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보다 훨씬 많이 검색된다.


‘영화’, ‘맥주’, ‘여행’ 같은 단어를 넣어도 결과는 비슷하다.


그런데 유독 ‘시(poetry)’만은 결과가 반대라고 한다.

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두 배나 더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훌륭한 시를 읽을 때, 우리는 바로 그런 기분이 된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 봐』(문학동네 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문학동네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그런 존재들이 있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




01. 내 인생에 스며든 가장 첫 번째 삶의 동기, 나의 딸


첫 번째는 단연 나의 딸이다.


어둡고 처참하게 느껴졌던 내 인생에

스물다섯 무렵 찾아온 작은 생명체.


그 아이는

내 세상의 채도를 단숨에 바꿔 놓았다.


딸을 낳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아이에게도

내가 본 그 아름다운 세상을

온전히 보여주겠다고.


우리는 동네 도서관과 공원,

박물관과 산과 바다를

부지런히 함께 걸었다.


책을 통해 세상의 넓음을 보여주고 싶어

태어나서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책 읽어주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서는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운동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나누었다.


지금도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그렇게 살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은

언제나 딸이다.



02.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작은 스승들, 어린이들


두 번째는

내가 일터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이다.


세상에 태어난 지

길어야 다섯 해 남짓 된

그 맑은 눈동자들.


그 작은 아이들 앞에 설 때면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다정한 어른인가.”


그래서 나는

조금 더 깨어 있으려고 노력한다.


내 안의 부족한 부분과

어두운 면을 돌아보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 애쓴다.


내게 아이들은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를 성찰하게 만드는

작고 귀한 스승들이다.



사랑이 결국 사람을 자라게 한다


사람을 자라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 대상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우리를 조금씩 어른으로 만든다.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나의 딸,

그리고 내가 만나는 어린이들.


만약 이들 덕분에

내가 어제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면


내 삶에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을까.


오늘도 나는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서 배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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