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반대편 브라질육아] 회사 내 수유실 설치부터 작은 변화 만들어 가길
아이를 낳고 모유수유를 끊을 때까지 나는 늘 가슴 통증을 달고 살았다. 아이를 낳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모유를 빼주지 않으면 가슴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아프다. 심한 사람은 젖몸살이 오기도 한다.
다행히 나는 전업주부였기에 아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모유를 줄 수 있었고, 언제든지 모유를 유축할 수 있었다. 그러다 궁금증이 생겼다. 나같은 전업주부는 언제든 모유수유나 유축이 가능한데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워킹맘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75조에는 ‘생후 1년 미만의 유아를 가진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1일 2회 각각 30분의 유급 수유시간을 주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처음에 이 문장을 봤을 때는 그래도 이런 법안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아기는 집이나 어린이집에 있을 텐데 어떻게 수유를 한다는 거지? 그냥 유축 시간을 준다는 건가?'
알아보니 어떤 워킹맘들은 유급 수유시간을 1시간 일찍 퇴근하는데 쓰기도 한단다. 모유가 줄고 분유를 먹이는 워킹맘에게는 나쁜 방안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엄마들은? 어디에서 아이에게 젖을 주나? 가슴이 아플 땐 어디에서 유축해야 할까?
그렇다면 브라질은 어떨까? 브라질 노동법에는 '생후 6개월까지의 유아를 가진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1일 2회 각각 30분의 유급 수유시간을 주어야 한다'라고 쓰여있었다. 한국의 '1년 미만의 유아'보다는 짧은 기간 유급 수유시간을 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브라질의 노동법에는 다른 법안도 명시돼 있었다. '16세 이상의 직원이 30명을 넘어가는 회사의 경우 0~6개월의 유아를 맡길 수 있는 적합한 공간을 사내에 마련해야 한다'라는 거였다. 즉, 모유수유가 필요한 아이를 위한 공간을 사내에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회사는 아이를 가진 여성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직장 어린이집 제도가 있기는 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 어린이집 의무 설치는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그 대상으로 한다. '16세 이상의 직원 30명'이 기준인 브라질보다 기준이 높다.
물론 갑자기 직장 어린이집 설치 기준 인원을 브라질처럼 30명까지 낮추는 건 무리다. 많은 회사가 사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지금의 법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생겨야 한다.
수유실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수유실이 없는 회사, 분명히 있다. 아이를 낳은 엄마가 맘 편히 모유를 유축할 수 있는 공간 정도는 작은 회사라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조금씩 바뀌다 보면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 부담을 점차 덜어갈 수 있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한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