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브라질 육아] 공공장소에서 자유로운 모유수유를 허하라
언젠가 브라질에서 유명한 전망대에 올라가려고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에 겪은 일이다. 그곳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어떤 여자를 봤는데, 그는 가슴을 드러낸 채 아이에게 젖을 주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텐데…. 그 모습에 당황한 사람은 나뿐인 듯했다. 주변의 그 누구도 그녀를 이상하게 보지도 않았고 일말의 관심조차 두는 사람도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브라질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아이에게 젖 주는 행위가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했다.
한국에서라면 어떨까? 공공장소에서 가리개도 없이 가슴을 드러내고 모유수유한다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아기 엄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고 어느 누군가는 직접 한소리 하고 나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아기에게 모유수유하는 사람이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걸까? 여성이 가슴을 드러내면 야하고 망측하니까? 보기 싫어서? 아니 언제부터 여자의 가슴이 ‘성적인 것’으로만 정해졌나? 그런 법은 또 누가 만든 건가?
◇ 어째서 아기 젖 주는 여자 가슴이 야한가
아기가 수유실에서만 배 고프다고 우는 것이 아니다. 아기는 배가 고프면 언제 어디서든 울어댄다. 세상에 태어나 아직 기다리는 법, 말하는 법, 참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기에게 “잠깐만 기다려 아가야, 엄마가 수유실 좀 찾고 젖 줄게”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면 바로 젖을 줘야한다. 그래야 아이가 안 운다. 그렇다면 수유실이 없는 곳에서 엄마는 아기에게 어떻게 밥을 줄 수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분유 주면 되잖아!”라고. 하지만 나는 그런 그들에게 오히려 되묻고 싶다.
“모유가 넘쳐 가슴이 아픈데?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몸이 만든 모유를 두고 굳이 남들 눈치 때문에 분유를 줘야 해? 그리고 분유값은 당신들이 줄 거야?”
그러면 또 이렇게 반문이 돌아올 수도 있다. 유축한 모유를 주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아이들의 수유텀이나 먹는 양은 아이마다, 때마다 다를 수 있다. 외출할 때마다 몇 개의 모유팩을 가지고 나가면 좋을지 우선은 가늠하기 어렵고, 또 기온이 높을 때 모유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 모유가 상할 수 있어 불안하다.
사정이 정 그렇다면 가슴이라도 가리고 젖을 물리라는 사람들에겐 이렇게 말 하고 싶다. 도대체 아이가 밥을 먹는 것뿐인데 어째서 가려야 하냐고. 밥 먹을 때 얼굴 가리고 먹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아기가 밥 먹는 모습이 어째서 성적으로 야한 행위냐고.
우리가 밥을 먹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듯이 아기가 젖을 먹는 행위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밥은 왜 먹나. 살기 위해 먹는 것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해한다는 것이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할 수 없는 이유라면 아기가 화장실 변기 위에서 젖을 먹어야 할 이유, 없다.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도 가리개를 뒤집어쓰고 젖을 먹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같은 가슴인데 어째서 남자 가슴은 괜찮고, 아기에게 젖 물리는 여자 가슴은 야한가. 한국에서도 브라질처럼 공공장소에서 당당히 모유수유 하는 일이 이상한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로 자리 잡길 바라본다.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한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