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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 Apr 27. 2024

엄마의 이야기 나무는 어디에?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우리 증조할아버지는 기억력이 참 좋으셨어요시시콜콜 온갖 것을 기억했지요
-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에서     

며칠 전부터 엄마는 허리와 다리가 아프셔서 잘 걷지를 못하신다. 갑자기 생긴 일이라 무슨 일 있었냐고 물으려다가 멈췄다. 사라져 가는 기억에 혼란스럽기만 할 괜한 질문으로 마음까지 상하게 할 이유는 없다.


그동안 엄마를 요양원으로 보내면 어떠냐는 주변 친구들의 조심스러운 제안에 아직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내기엔 이르다며, 애써 괜찮은 척을 했었다. 그러나, 견디기 힘든 순간순간에는 몸을 못 움직이면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다짐시켰다.


시시콜콜 온갖 것을 기억했던 엄마의 기억력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라는 그림동화책이 있다. 할아버지와 증손자의 이야기이며, “아주아주 옛날,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태어났을 땐”으로 시작한다.

증손자는 할아버지가 정원사로서 가꿔온 정원 속에서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 만남, 가정을 이루며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태어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원은 할아버지의 한때 아름다웠던 시절의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다 기억이 사라져 가고 있는 할아버지를 위로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괜찮아요, 할아버지의 정원이 모든 걸 기억하니까요.”     


엄마의 이야기 나무는 어디에 있는 걸까?


괜스레 집안을 둘러봤다.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몇 개의 항아리, 언제부터 집에 있었는지 알길 없는 군자란, 몇 해 전에 엄마가 담가 놓은 집간장들, 서랍장에만 있는 주인 잃은 하모니카, 주간보호센터에서 색칠한 그림들.


알록달록하고 형형색색으로 곱게 칠해진 그림들이 주저앉은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Grandpa Green)
- 글, 그림 : 레인스미스(Lane Smith)   
- 옮긴이 : 김경연
증손자와 프랑스에서 만난 미래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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