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세 살 때 일이다.
세탁기를 돌리고 아이를 재우는 사이 나도 잠이 들었다. 아내가 세탁기 빨래를 널고 자라고 하여 선잠에서 깬 뒤 다 돌아간 세탁기 앞에서 빨래를 빼는데 '멘붕'이 왔다.
이건 뭐지. 게거품 같이 끈끈한 알갱이 덩어리가 세탁기 통 안에도, 꺼낸 옷에도, 옷을 담은 빨래 바구니에도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하나씩 빨래를 꺼내다 그 속에서 물에 불은 '일회용 기저귀'를 발견했다.
일회용 기저귀가 왜 세탁기에 들어간 거야.
알갱이의 정체는 '일회용 기저귀' 속 흡수제였다. 곧바로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아기 키우는 집에서 한 번쯤 겪는 대참사인지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이 많았다.
우선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눌러야 했다. 곧이어 아파트 1층에 내려가 빨래를 하나씩 탈탈 털었다. 두 번을 내려갔다 올라왔다. 세탁기 안을 청소하려고 무세제 통세척을 돌려보았더니 알갱이가 다 빠져나가지 않았다. 휴지로 세탁기 통을 여러 차례 쓱쓱싹싹 닦아냈다. 물을 받았다가 빼기를 수차례 또 했다. 그리고 나니 통이 어느 정도 말끔해졌다.
밤 11시 30분경 아내가 깨어났길래 그 사이 벌어졌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아내도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이 상황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를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과거 수습했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소스라치는 반응이었다.
간혹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 세탁기에 들어가 곤혹스러운 상황을 만든다. 마치 세탁기에 딸려 들어간 휴지가 온 빨래를 망치는 것처럼. 세탁기에 빨래를 넣을 때부터 하나씩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참사를 수습하고 나니 잠 때가 지났다. 새벽 1시가 되어서 자리에 누웠고, 누워서도 바로 잠들지 못했다. 긴 하루를 보낼 듯 하다.
<과거에 썼던 글입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룰룰루 랄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