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데로샤 Dec 17. 2020

짜장면을 먹었더니 아빠처럼 수염이 생겼어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 짜장면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나나 아내도 그렇지만 딸아이도 짜장면을 잘 먹는다. 달콤하고 맵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아이가 어릴 때 세 가족 외식을 계획할 때면 먼저 "거기가면 아이는 뭐 먹지?"가 결정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런 면에서 중국집은 우리 가족이 선택하기 좋은 장소였고, 짜장면은 아이가 먹어도 괜찮은 음식이었다. 그렇게 언제부터랄 것도 없이 우리 가족은 짜장면을 즐겨 먹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코로나가 터져서 그런가 짜장면을 먹으러 나간 기억이 없다. 나갈 수도 없고 집콕만 하다보니 주말마다 '오늘은 또 뭐 먹지?'하는 생각만 매번 뻔하게 떠올린다. 


"서윤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짜장면."


아이에게 묻자마자 조건반사처럼 튀어 나오는 말. 그래. 짜장면이 무난하지. 짜장 두 그릇에 탕수육 하나 배달시키면 음식 남길 일도 없고 딱이다. 짜장면이 도착하면 작은 그릇 하나 꺼내서 아이 먹을 양을 덜어준다. 아이는 조금, 아내는 보통, 아빠는 곱배기. 


그렇게 우리 가족 서로 말없이 짜장면을 먹고 있는데 아이가 입가 주변에 짜장을 잔뜩 묻힌 채 거실 수납장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서 깔깔 웃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아빠 아빠, 짜장면을 먹었더니 아빠처럼 수염이 생겼어요."


아이의 생각은 말랑말랑하다. 정형화된 게 없다. 그래서 새롭다.


별 것 아니지만 짜장면 먹다가 웃음꽃이 핀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이쁜 꽃은 웃음꽃이다.



<사진: Googl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