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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Aug 25. 2021

탁구에 관한 몇 가지 기억 모음

놀면 뭐하니?를 보면서 탁구의 기억을 떠올렸다

별일 없는 토요일 저녁에는 가족 다 같이 '놀면 뭐하니?'를 본다. 가족들이 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지난 토요일에는 아내가 처갓집에 가는 바람에 딸과 둘이서만 봤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와 무한도전 멤버 하하 정준하 유재석이 편을 먹고 1:3 이색 경기를 펼쳤는데 너무 재밌어서 둘 다 엄청 웃었다. 자지러지게 웃다가 심지어 눈물까지 났다.


도쿄올림픽 때 나도 신유빈 선수의 경기를 응원했다. 17살 신유빈 선수와 58세 백전노장 니시아리안 선수의 경기를 보는데 상대가 너무 노련해서 역전 상황도 자주 나오고 혹시 지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젊은 패기로 승리했다. 그러나 올림픽 탁구에서 최연소 선수 메달은 나오지 못했다. 비록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이미 스포츠 스타이고 다음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내 어릴 적에도 신유빈 선수와 같은 유명한 탁구선수들이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유남규 선수가 남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현정화 선수가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땄었다. 당시 나는 국민학교 6학년으로 부산에서 살고 있었는데, 같은 반 친구 하나가 현정화 선수가 부산 어디에 산다는데 그 집에 한번 찾아가 보자고 바람몰이를 해서 친구 몇 명이서 함께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친구 어머니가 하는 양식집에 가서 돈가스를 먹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기억난다. 남자 개인단식에서 유승민 선수가 중국의 왕하오를 이기고 금메달을 땄었다. 그때 나는 입사 2년차 였다. 사무실에서 팀장님과 선배들과 함께 경기를 보는데 어찌나 멋지던지 나도 탁구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유승민 선수가 펜홀더 여서 나도 펜홀더로 했다. 회사 옆에 있는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밤마다 수업이 있었는데 2년간 레슨도 받았다. 레슨을 받아보면 알겠지만 20분만 뛰어도 땀에 흠뻑 젖는다. 운동 엄청하고 집에 가서 안 먹어야 했는데 운동 후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에 빠져서 살은 크게 안 빠졌다. 결혼을 하면서 탁구를 계속 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하다. 


일요일에 와이프가 집으로 돌아오고 우리 둘은 당신이 없는 사이에 '놀면 뭐하니?'가 엄청 재밌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 서로 앞다투었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그 시간 재방송을 하길래 아내에게 보라고 틀어줬는데 아내는 "어... 알았어. 볼게." 하며 아내대로 다른 걸 하느라 바빴다. 이상하게 재방송으로 또 보니 본방보다는 재미가 덜했다. 스포일러를 알고 있어서일까. 다행히 이번이 끝이 아니란다. 이번 주에도 <놀면 뭐하니?>에는 신유빈 선수와의 대결이 이어진다고 하네. 이번 토요일에는 우리 가족 완전체로 함께 본방 사수하는 거로 해야 겠다. 

 


<사진 출처: 놀면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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