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데로샤 Aug 29. 2021

아침운동을 하며 패럴림픽 경기를 응원하다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다. 편두통이다. 주말에는 일에 대한 생각이나 오만가지 걱정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될 때가 많다. 식구들이 아직 잠든 시간 실내화 가방을 들고 아파트 헬스장으로 갔다. 아이가 깨기 전까지 러닝머신을 걸으며 땀을 좀 흘리면 나을까 싶어서였다.


헬스장에는 두 명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과 떨어져 끝쪽에 있는 러닝머신에 올라갔다. 그리고 러닝머신에 연결된 TV부터 틀었다. 채널을 돌리는데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재밌는 게 없었다. ‘그래 스포츠 경기를 보자.’ 그렇게 스포츠채널을 틀었다. 골프 경기, 바둑 경기, 당구경기가 나오는데 다 패스. KBS 스포츠 채널에서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경기 재방송이 나와서 이걸 보기로 했다.


어제 낮에는 유퀴즈에서 양궁이랑 체조선수 나와서 보고, 밤에는 놀면 뭐하니?에서 탁구대표 신유빈 선수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는데, 올림픽이 끝나면 패럴림픽을 이어서 하는 걸 알면서도 공중파에서 중계하는 걸 못 봐서 그런지 관심을 갖지 못했다.


때마침 여자 탁구 Class 1-2 준결승 재방송이 시작되었다. 한국의 서수연 선수와 브라질 크리스티나 올리베이라 선수의 물러설 수 없는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도 속도를 높여 걷기 시작했다. 첫 세트는 브라질 선수가 가져갔다. 두 선수가 세계랭킹 3, 4위로 기량이 박빙인데 서수연 선수는 초반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아 보였고 상대 선수는 운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두 번째 세트부터는 서수연 선수가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도 러닝머신을 달리면서 한 점 한 점 딸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오른손으로 탁구 라켓을 움직이는 동작을 따라 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서수연 선수의 승리를 응원하며 몰입했다.


상대가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서수연 선수는 3세트를 연달아 따내서 결승전에 올라갔다. 경기 내내 집중하며 진지한 표정을 하던 선수도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해맑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표정이 너무 좋아 보였다.


경기는 끝나고 러닝머신을 조금 더 걷는데 휴대폰으로 화상통화가 들어왔다. 잠에서 깬 딸이 침대에 누워 “아빠 어딨어? 어디야?”하며 나를 찾는다. 이제 혼자만의 시간은 끝나고 다시 아이와의 시간을 시작해야 하는구나. 밖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고 코로나에 궂은 날씨에 어디 가기도 애매한 날인데 오늘은 또 집에서 뭐하고 하루를 보내나. 잠시 잊고 있던 두통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하는 걸 느끼며 아침운동을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탁구에 관한 몇 가지 기억 모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