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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Nov 04. 2021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의 유래

앙리 뒤낭의 역할모델이었던 나이팅게일의 업적을 기념해 만든 적십자 기장

적십자의 창시자인 앙리 뒤낭이 1859년 6월 이탈리아 솔페리노 전투의 참상을 경험하고 쓴 책 '솔페리노의 회상(A memory of Solferino)'을 읽어 보면, 낯선 유럽인들 이름 가운데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 한 명 등장한다. '백의의 천사', '등불을 든 여인'으로 잘 알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다.


앙리 뒤낭은 솔페리노 전투가 일어나기 5년 전인 1854년에 크림전쟁(러시아와 오스만 제국 및 동맹국 간에 일어난 전쟁)에서 38명의 간호사와 함께 야전병원에서 헌신적인 간호활동을 펼친 나이팅게일의 업적을 다음과 같이 책에 언급하고 있다.


한 밤 중에 손에 작은 등잔불을 들고 군 병원의 그 넓은 병실을 돌아다니며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태를 기록하면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의 말을 해 주며 고통을 덜어주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모습은 그의 도움을 받았거나 또는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영웅적이고 거룩한 헌신의 전통은 역사의 기록 속에 길이 보존될 것입니다.
<솔페리노의 회상 p113>


또한 앙리 뒤낭은 1872년 9월 영국에서 진행된 강연에서도 청중들에게 "오늘날 국제적십자사가 있게 된 것은 모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덕분입니다. 크림전쟁에서 등불을 들고 부상병들을 간호하던 그 천사의 모습이 나로 하여금 솔페리노 전쟁터에서 적십자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라며 나이팅게일이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인물이었음을 강조하였다.


이렇듯 현대 간호학의 기초를 수립하고 군 의료개혁과 간호사 양성에 노력했으며 앙리 뒤낭의 역할 모델이기도 하였던 나이팅게일은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1893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한 간호학교에서는 간호사의 윤리와 간호 원칙을 담은 '나이팅게일 선서'를 만들어 졸업식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오늘날 의학도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것처럼, 간호학도들이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는 전통이 이때부터 시작되게 되었다.


인도주의 단체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서는 나이팅게일이 상병자의 간호 개선을 위해 이룩한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간호활동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국제적인 상을 만들었다. 그 상이 바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The Florence Nightingale Medal)이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


그 유래를 살펴보면, 1907년 제8차 영국 국제적십자회의에서 헝가리 적십자사가 간호활동에 업적이 있는 사람에게 메달을 수여할 수 있도록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금을 설치하자고 최초 제안하였고, 1912년 제9차 워싱턴 국제적십자회의에서 정식으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기장 수여식은 1919년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될 때까지 하지 못하다가 나이팅게일 탄생 100주년인 1920년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처음 거행되었다. 1928년 제13차 헤이그 국제적십자회의 때부터는 해마다 수상하던 것을 2년에 한 번씩 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며, 1934년 제15차 동경 국제적십자회의 때는 간호사가 아니라도 간호사업이나 적십자사업에 뛰어난 공적이 있는 사람이면 수여가 가능하도록 규정이 개정되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탄생일이자 국제간호사의 날인 5월 12일에 수상자 명단을 발표하며, 나이팅게일 기장은 국가원수 또는 적십자사 회장에 의하여 직접 수여된다. 전 세계 간호사들에게는 최고의 영예 훈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로 제48회를 맞이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은 전 세계 18개국 25명에게 돌아갔다. 한국 수상자로는 고흥군 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 환자를 43년간 간호하며 봉사하였고, 감염병 기피 문화 개선에도 앞장섰던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87세) 수녀가 선정되었다. 한국 수상자로 외국인이 선정된 것은 1957년 첫 수상자를 배출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27일 대한적십자사 창립 116주년 기념식이 본사 서울사무소 앙리 뒤낭 홀에서 열렸다.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를 대신하여 대한간호협회에서 나이팅게일 기장을 대리 수상하였다. 국경을 초월해 한 평생 타국에서 어려운 한센인을 위해 봉사한 수상자의 이력을 보면서 이런 분들이 오늘날의 앙리 뒤낭이자 나이팅게일이지 않나 생각한다. 끝으로 수상을 축하드리며, 남은 여생이 편안하시길 바란다.   



<사진(내용) 출처: 솔페리노의 회상, 인도주의를 실천한 여성들, 게티이미지뱅크, 한겨레신문,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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