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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May 31. 2022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누가 이렇게 양말을 벗어놓고 갔을까?”


소파 옆에서 발견된 뒤집힌 양말 두 짝의 주인은 당연 딸아이다.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건만 듣는 척도 안 하고 있어서 양말 두 짝을 들고 아이를 장난스럽게 뒤쫓아 갔다. 아이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길래 나도 같이 따라 들어갔더니 아이가 갑자기 "아빠. 내 방에 들어올 때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셔야죠."라며 역공을 핀다.  


"(아.. 비밀번호 모르는데.. 대충 부르자)... 38”

“땡”

“4876”

“땡”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 생도 프라이버스가 중요하다.

아이를 방에서 나오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어쩔 수 없지. 아빠도 그냥 휴대폰 비밀번호 바꿔야겠다.”

크게 말하고 휴대폰으로 다가가는 척 발길을 돌렸더니 딸아이 방에서 후다닥 뛰쳐나와 내 팔을 붙잡고 뿌잉뿌잉 애교를 날린다. 어이구. 아빠 말 보다 휴대폰 못 쓰는 게 더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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