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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May 18. 2022

아빠는 편지에 그림을, 아이는 색칠을 한다

곰손아빠의 편지쓰기는 이제 23번째까지 왔다. 어느새 23주가 흘렀다. 초기 시작과 비교하면 편지쓰기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편지를 위주로 했고, 중간에는 편지봉투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현재에는 내가 편지에 그림을 그려서 주면, 아이는 색칠을 한다.


내 그림의 소재는 만화 캐릭터다. 울라프, 피카추, 심슨, 세일러문,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토토로, 곰돌이 푸, 미키 마우스, 카카오프렌즈 등 아이가 알만한 캐릭터를 최근 편지에 그렸다. 만화 캐릭터는 저마다 고유의 색이 있어서 색칠까지 더해지면 더 근사해 보인다.


마음 같아서는 겨울왕국의 엘사나 안나, 디즈니 공주를 그려주고 싶다. 더 섬세하고 입체적인 그림을 보여주면 기뻐할 게 뻔한데 그건 아주 요원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과정도 나에게는 굉장히 어려웠다. 여기까지 온 것만도 나로서는 뿌듯하다.


하면서 편지 쓰기도 글쓰기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생산해 내는 일련의 과정이 닮았기에 유사성을 느낀다.


첫째, 독자가 있다.

둘째, 고민 없이, 노력 없이, 고통 없이 되는 일은 없다.

셋째, 그래도 쌓이면 쌓일수록 가치가 있다.


하면 할수록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오래 붙들고 그려도 내 맘에 안 드는 것도 있고, 한 번에 했는데도 만족스럽게 나올 때가 있다. 글을 쓸 때도 어떤 글은 쓰다가 막히는데, 어떤 글은 면발 뽑듯이 한 번에 쭉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잘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본업도 충실해야 하고, 브런치에 글도 써야 하기 때문에 그림 편지에만 오로지 시간을 쏟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적절하게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해 온 흐름을 끊고 싶지는 않다.  


20번째 편지까지 해 달라는 아이와의 약속은 달성했다. 이제 아이는 나에게 "아빠 100번째까지 편지 써 줘야 해요."라고 말했다. 100번이라. 알았다고 했지만 목표를 정하고 하면 왠지 일처럼 느껴질 것 같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아이와의 추억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는데까지 하자는 마음으로 하는 게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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