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 나와 있다 보니 하루에 두 번 아이와 전화를 한다. 어제저녁에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는 "밥 먹었어?""학교 잘 다녀왔어?"같은 뻔한 멘트로 대화를 주로 여는데, 어제는 조금 흥미로운 연예인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아빠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 줄까?"
"뭔데?"
"너 아이브 알지? 그 팀이 오늘 아빠 회사 홍보대사가 됐더라 (아이는 여름방학 때 방송댄스 강좌에서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를 배워와 집에서 춤을 추곤 했다)."
"아~ 진짜? 아빠 직접 봤어?"
"아니. 아빠는 지방에 있어서 못 보고 직원이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걸 봤지. 안유진도 왔더라."
"맞아. 안유진이 리더야."
"근데 서윤아 너 리더가 뭔지 알아?"
"알지. 내가 훌라후프 공연 때 리더였잖아."
"아 그랬구나. 리더 해 보니 어땠어?"
"힘들었어."
"아니 왜?"
"(옛 생각이 떠오르는지) 휴... 애들한테 빨리빨리 하라고 하니깐 안 해. 연습할 때 애들이 바닥에 다 누워 있었어."
"ㅎㅎㅎ 말 안 듣지? 그래서 어떻게 했어?"
"간신히 했어."
"그때가 언제였니?"
"작년 유치원 때."
아이브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자연스레 리더 이야기로 넘어갔고 나는 아이와의 대화에 공감하며 빠져 들었다. 팀장 아빠가 느끼고 있는 걸 우리 딸도 이미 알고 있었구나. 이럴 때 보면 작은 체구 속에 부쩍 자란 아이가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평소보다 길게 오늘 통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