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매일 밤 잠자리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일찍부터 했다. 아내는 몸이 천근만근 피곤해도 그냥 넘기는 법 없이 그림책 한 권이라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나는 타지 근무를 많이 해서 주중에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적었지만, 집에 있을 적에는 나도 침실에서 아내와 번갈아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그래봤자 아내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이제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다. 아내의 잠자리 책 읽어주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하루는 아이가 같은 반 친구들에게 "너희 엄마 아빠도 잠자리에서 책 읽어줘?"라고 물어봤나 보다. 29명의 같은 반 아이 중에 아직까지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집은 우리 집 밖에 없다는 걸 아이는 알게 되었다. 남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집은 하던 대로 아이에게 계속 책을 읽어준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책을 좋아한다. 일어나면 책부터 집어 들기도 하고, 갑자기 조용해서 들여다보면 책상에 앉아서나 소파에 기대서 책을 읽고 있는 때가 많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책 읽는 모습이 보기 좋다. 요즘은 아이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다. 아이 입에 밥 들어가는 것도 극락이라 했는데, 아이 책 읽는 소리를 듣는 것도 지극한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