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에서 21년째 근무하고 있다. 은연중 물든다고 나도 모르게 조직적 사고를 하게 된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비슷하니 편하고 익숙한 면이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너무 울타리에 갇혀 한쪽 사고에 젖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나와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에 한 번 참여해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들어간 공부모임이 하나 있다. 작년 여름 무렵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참여한 지 일 년 반이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평일 저녁에 만나서 같이 모임하고 흩어진다. 현재 구성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은 여섯 명. 주축은 30대가 네 명이고, 둘은 40대이다.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연장자다. 말이 40대이지 나는 50대 진입을 앞둔 40대다.
이 모임을 하면서 여러 새로운 경험들을 한다. 어떤 분야든 모임에서 제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대빵이듯이, 이 모임도 열심히 하는 친구가 진행을 주도한다. 직장에서는 내가 주로 묻는 일에 결정을 하는 입장이라면, 여기서는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자 일원이기 때문에 내 준비를 착실히 해 가고, 가급적 남들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
공부모임은 북카페에서 한다. 스터디룸 이용료를 인원수로 정확하게 나눠서 분담하고, 음료도 더치페이로 사고, 모임 이후에 회식비도 정확히 나눈다. 연장자가 지갑을 여는 문화에 익숙한 편이라 처음에는 살짝 낯설었지만, 그냥 이런 분담이 깔끔한 것 같다. 나이와 직급이 아닌 애호를 중심으로 한 대등한 관계를 유지시키는 방법인 듯하다.
지지난 금요일 밤, 11월 모임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중요한 회의를 이틀 연속으로 마친 상태라 몸이 상당히 피곤했지만 한 달 전 약속된 자리라 힘들어도 가기로 했다. 카톡방에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나요?."라고 올라오길래, 집에 가서 양복 대신 캐주얼한 옷으로 갈아입고 차를 놓고 버스를 타고 갔다. 그렇게 모여서 모임을 끝내고, 웨딩 촬영 때문에 먼저 간다는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식당으로 이동했다.
9시 반부터 식당에서 술과 안주를 앞에 놓고 이야기가 시작됐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나는 관심 없는 자리에서 시간 보내는 걸 지루하게 여기는데, 여기서는 같은 관심사라 그런지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12시가 넘어서 각자 택시를 타고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단톡방에 서로 '간밤에 즐거웠다. 다음 달에 만나자'라는 인사를 나누고 끝을 냈다.
12월 모임도 금요일이다. 올해 마지막 모임이 될 것이고, 이번 달처럼 모임 후에 저녁자리를 함께 하게 될 것 같다.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니 조금은 뇌가 말랑말랑 해지는 것 같다. 모임의 효능이다. 나와 다른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계속 나도 변화시켜 나가고 싶다. 그게 몸은 나이 들어도 젊게 사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