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생전에 저녁식사 후에는 군것질을 일절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인지 100세를 살고 돌아가셨어도 그 흔한 위장병 한 번 앓은 적이 없으셨다.
나는 그렇게 살지는 못하겠다. 난 야식을 즐기는 인간이니깐.
밤 10시 30분, 방에서 조수용의 <일의 감각>을 읽는데 맥주 생각이 났다.
냉장고에서 카스 한 캔 꺼내서 컵에 따라 반쯤 마시는데 안주가 없어서 그런가 심심하다.
주방이랑 팬트리를 뒤져봐도 마땅히 먹고 싶은 안주가 없다.
맥주에는 새우깡인데...
반쯤 먹던 맥주컵을 그릇으로 덮어놓고
외투를 걸치고 아파트 편의점에 가서 새우깡을 하나 사 가지고 왔다.
그래 이 맛이야.
속 좀 부대끼면 어떠냐.
때로는 몸이 원하는 대로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