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으로 옮긴 지 15년이 지나니 하나씩 교체할 것들이 생긴다. 한 건물에 두 개 기관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시설물 관리는 우리 기관 일이고 내 일이라 올해 계획된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해야 한다. 이제 큰 건 두 개가 남았는데, 그중 하나가 사옥 펌프 교체다.
펌프 마력이 낮으니 건물 내에서 행사가 있거나, 저층에서 물을 많이 쓰게 되면 3층에 물이 안 나오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래서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부스터 펌프를 교체해야 한다. 업체 사장님이 오셔서 한 번 보시더니 이 정도 근무인력이면 1마력짜리 펌프는 이제 작다고 하셔서 3마력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왕이면 직원들 없는 주말에 공사해서 깔끔하게 교체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서별로 가능한 일정을 물어보았는데, 연말까지 주말 안전강습이 꽉 차 있었다. 최근 들어 방과 후 교사 심폐소생술을 의무적으로 배우라고 하였는지 문의가 늘었고 지사에서 교육일정을 추가로 개설하게 되었다. 그나마 일정이 없는 날 오전에는 봉사회에서 사무실에 와 김장봉사를 하겠다고 하신다.
업체 사장님이 요즘 젊은 직원들 주말 근무 안 하고 싶어 한다고 하셔서 그걸 어렵사리 설득해 놨는데 일정이 안 나오니 어쩔 수가 없다. 이제 방법은 주중에 하는 것. 작업은 반나절 걸린단다.
직원들에게 전체 공지를 했다. 펌프 교체 작업 시 물을 못 쓰니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다고. 이날만큼은 급똥도 참아야 한다고. 정 급하면 매시간마다 도로 반대쪽 수영장에 차로 화장실 셔틀을 시켜주겠노라고 농담을 했더니 한쪽에선 웃고 한쪽에선 벌써부터 상상되는지 괴로워한다.
어쩔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참아야 하느니라. 그래~ 4시간 한번 버텨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