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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Dec 03. 2024

이산가족찾기 신청을 취소하러 오신 할머니

이산가족 상봉재개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하루 앞둔 25일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에서 직원들이 이산가족 찾기 신청 접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출처 : 충청매일


오전 11시쯤 1층 복도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내게 "이산가족 담당하는 곳이.....?"라고 물으셔서 곧바로 구호복지팀으로 모시고 갔다. 이 건물로 옮긴 지 15년이 지났는데, 도청 옆에 구사옥 생각하시고 갔다가 헛걸음하고 오신 거라고 하셨다. 때마침 담당자가 외근이라 다른 직원에게 인계하고 가려다가 할머니의 말씀을 잠시 듣게 되었다. 할머니는 이산가족찾기 신청을 2000년에 접수하셨는데 이제 취소하고 싶어서 오셨다며 접수증을 꺼내 보이셨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이라 잘 모를 것 같아서 내가 옆에서 말을 거들며 접수증을 받아보니 이미 오래전에 퇴직하신 선배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할머니는 6.25 전쟁 때 아버지가 20대 초반의 나이로 의용군에 강제적으로 끌려가셨다고 말하셨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편지가 한 통 왔었는데 그 후에 폭격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소식이 끊겼단다. 어머니도 이미 돌아가시고 동생도 일찍 죽고 혈육이라고는 본인 하나 남았는데 이제 나이가 팔순이 다 되었단다. 아버지가 살아계시면 100세가 넘으셨을 텐데 이미 돌아가셨지 않았겠냐며 취소하러 오셨단다. 담담히 말씀하시다가 감정이 북받치시는 걸 나는 찰나지만 느꼈다. 희망이라는 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갖는 것인데, 희망이 없어 보이니 스스로 그 뜻을 내려놓으셨다. 그 마음 참 복잡하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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