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태풍 에위니아 때 파프리카농장 비닐하우스 철거 사진
2003년 지사에 입사해 11년을 내리 근무했다. 나의 20~30대를 함께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본사로 발령 나서 지사를 떠나고, 그다음은 혈액원으로 가서 일하면서 10년을 여러 기관에서 있다가 작년 초 처음 근무했던 이곳 지사로 다시 돌아왔다. 꽤 오랜 기간을 떠나 있었던 셈이다. 그렇지만 사무실 곳곳에는 여전히 내가 일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어 반가울 때가 많다.
종합감사를 앞두고 있다. 점검에 대비해 팀 창고를 정리하는데 종이상자 안에서 홍보용 액자가 일곱 개 나왔다. 행사할 때 사업홍보용으로 쓰려고 만들었던 액자들인데 예전에는 곧잘 썼어도 지금은 잘 안 쓰는지 우리 팀 창고 안에 묵혀 있었다. 해당 팀에 주려고 따로 꺼내서 분류하는데 액자 가운데 과거 내가 홍보담당할 때 찍었던 사진이 나왔다.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가 충북 북부지역을 강타해서 진천군 여러 곳이 물에 잠기고 인근 농가에도 피해가 컸다. 그때 파프리카농장 하우스가 물에 잠겨서 복구활동이 필요했고, 적십자 봉사원들이 비닐하우스를 제거하는 활동을 하러 갔었다. 노란 조끼 봉사원들은 발이 푹푹 빠지는 밭에 들어가 구슬땀을 흘려가며 망가진 하우스를 다 정리했다.
그때 나는 기록용으로 봉사원 가까이에서 활동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잘 찍지도 못하지만 DSLR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사진을 남기게 되었다. 힘든 상황에도 환화게 웃으시며 봉사활동 하고 계시는 봉사원님의 얼굴. 사진은 대개 연출이라는데 이 사진은 자연스럽게 나온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내가 찍은 사진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사진 중 하나다. 종군기자였던 로버트 파카는 "만일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사진이 그나마 근사하게 나온 이유는 봉사원 가까이에서 찍었기 때문이었을까. 일을 끝내면서 이 분이 어느 봉사회에 소속된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봉사원께 액자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