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는 고급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돈 있는 집 아이들이나 경험할 수 있는 귀족 스포츠.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레 요트나 승마 같은 레저스포츠로 넘어간다는 말도 예전에 들었던 것 같다. 말이라는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 운동하면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좋겠지만 우리 집과는 먼 운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3월 초 아내가 "시에서 하는 승마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 번 신청해 볼까?" 얘기를 꺼냈다. 청주시에서 초중고생과 학교밖 청소년 대상 학생승마 지원 프로그램을 공고하였는데, 추첨에 당첨되면 전체 승마비 32만 원 중에서 70%는 시에서 보조하고 자부담 30%만 내면 된다고 했다.
1인 기준으로 10회 수업에 96,000원만 자부담을 내면 되니 1회(60분) 1만 원 안 되는 금액으로 승마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요즘 아이들 키즈카페에 데려가도 2~3만 원이 넘게 드는데, 저렴한 금액으로 승마를 체험할 수 있다니 괜찮은 프로그램이라 생각되어 신청해 보라고 했고,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
교육장인 나파밸리 승마장은 우리 집과는 도시 반대편이라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한 달에 두 번 주말에 아이를 태우고 승마장을 간다. 총 4번 수업이 진행됐다. 막상 가 보니 시간대별로 아이들이 많아서 얼마나 많이 수업을 듣는지 물어보니 총 400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첫날에는 이론 수업을 듣고, 두 번째 수업부터 기술을 배우고 말을 타고 마장을 도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이는 세 번째 수업과 네 번째 수업 때 이 승마장에서 제일 덩치가 큰 백마 밸리를 받아서 탔다. 겁이 많아 조심하는 아이여서 큰 말을 타면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씩씩하게 잘 배워가는 것 같다.
아이가 수업을 듣는 동안 나는 동영상과 사진을 찍는다. 신통방통하기도 하고 재밌어 보인다.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치 백마 탄 공주님 같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 마냥 백마 탄 왕자님 기다리는 식상한 레퍼토리 말고, 백마 탄 공주님으로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