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네 미술관에서 얻는 문화 자극

by 포데로샤

아파트에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스페이스 몸이라는 사립 미술관이 있다. 정기적으로 전시를 하는데, 멀리 가지 않고도 문화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외곽지에 아주 단비 같은 곳이다. 지난 5월 9일부터 6월 7일까지는 '넘나든 자리'라는 전시가 있었다. 지알원, 손승범 두 작가 전시였는데, 이 중 지알원(GR1) 작가는 그래피티아티스트로 작품활동을 한다.

지알원_부딪히는 풀 colliding grass_캔버스에 스프레이 페인트, 아크릴_162×97cm_2025


아이는 3주 전 전시도 보고 체험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며칠 뒤 MZ들의 성지라는 서울 성수동에 엄마랑 고모랑 첫나들이를 갔다. 거리를 구경하다 그곳 반스(VANS) 매장에 들어갔는데 벽에 걸린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엄마. 지알원(GR1) 작가 작품."이라고 단박에 알아보았단다. 점원도 그걸 어떻게 아느냐며 신기한 반응을 보였단다. 이게 다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얻은 '개안(開眼)의 효과' 아니겠는가.

성수동 반스(Vans) / 출처 : FASHION POST

서울에 다녀오고 지난 6일에는 미술관 프로그램이 또 있었다. 수업 끝날 때 맞춰서 아이를 데리러 갔다. 나오기 전에 작품이나 한 번 더 볼까 해서 전시실 안을 들여다봤다. 사진촬영을 하는지 사람들이 있어서 들어가기 주저하니 입구 의자에 앉아 계신 분이 들어와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방해하는 것 같아서 "지난번에 봤습니다."라고 말하고, 옆에 있는 아이한테 "수업할 때 성수동 가서 지알원 작가 작품 보고 왔다고 얘기했어?"라고 했는데, 그분이 그 말을 들으셨는지 쓱 일어나시면서 "제가 지알원입니다."라고 하셔서 나도 아이도 급당황했다.


작가님이 수업에도 참관을 하셨나 보다. 아이가 서울 다녀온 얘기를 수업 중에 했고, 그 얘기를 듣고 작가님이 아이에게 작가에 대해 궁금한 거 없느냐고 질문도 하였다는데, 아이는 이 분이 작가님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했더니, “그럼 작가님과 기념사진이라도 찍지 그랬어.”라고 했다. 아차차. 내가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고 보니 아쉽게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미술관에서 작가님을 만나다니 아무튼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까지. 동네 미술관이 참 소중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앞으로도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되면 좋겠다.

(지알원 작가는 올해 종근당 예술지상을 수상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백마 탄 공주님, 당당하게 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