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잠자는 모기장 속의 공주

by 포데로샤

여름이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선풍기라도 틀지 않으면 잠들기 힘든 밤이다.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꿈나라로 가기 힘든데 며칠 전부터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모기가 아이 방에 잠입을 해서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이는 모기에 잘 물린다. 이건 나를 닮았다. 내 피가 달달한 지 어릴 때 모기가 나한테 많이 달려들었다. 이제는 나이 들어서 피 맛이 별론지 나는 안 물고 아이만 자꾸 괴롭힌다. 모기를 잡아주려고 불을 켜면 은폐엄폐해서 안 보이고 끄면 다시 아이 주변을 스토커처럼 맴돈다. 그래서 그제는 쿠팡에서 모기장을 하나 샀다. 상품평이 2만개도 넘는 값싸고 인기 좋은 모기장. 침대 주변으로 모기장 하나 친 거 가지고 아이는 처음인지라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신나서 좋아라 한다. 그날부터 모기를 피해서 잘도 잔다. 잠든 아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잠자는 모기장 속의 공주'가 아닐 수 없다. 아이는 컸다고 이제 공주라는 표현을 안 좋아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사진 출처 : 쿠팡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네 미술관에서 얻는 문화 자극